시간의 흐름 앞에서 우리는 언제나 말이 적어진다. 그 흐름은 소리 없이 다가와, 경외심만 남긴 채 모든 것을 바꾸어 놓는다. 아이러니하게도 모든 것은 변하면서도, 또 어떤 것들은 끝내 그대로 머무른다. 그 모순 앞에서 인간은 스스로의 크기를 재어보게 된다.
세상은 늘 나보다 크다. 그리고 대개는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정도보다 더 크다. 그 사실을 깨닫는 순간, 우리는 알게 된다.
나의 진심, 나의 선함, 나의 의지가 이 거대한 질서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닐 수 있다는 것을.
화려해 보이는 것들 앞에서
나의 ‘작음’은 초라함으로 오해받기 쉽다. 때로는 그 작음이 가짜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반면 화려함은 종종 이기적이면서도
세상에서는 ‘선함’이라는 이름으로 소비된다.
이 지점에서 인간은 흔들린다.
선함은 왜 조용해야 하고, 왜 요란한 것은 언제나 옳아 보이는가. 그러나 계절은 그 질문에 성급히 답하지 않는다.
겨울이라는 시간의 박자
그 어떤 계절보다도 겨울은
가장 어두운 박자로 시간을 똑딱거리게 만든다. 빛은 짧고, 온기는 적으며, 모든 것은 멈춘 듯 보인다. 하지만 겨울은 단절의 계절이 아니다. 오히려 겨울은 우리에게 봄으로 향하고 있음을 알려주는 하나의 메트로놈이다.
어찌 되었든 시간은 흘러간다. 그러나 그 박자를 느끼는 사람과
느끼지 못한 채 떠밀려 가는 사람 사이에는 결정적인 차이가 생긴다.
박자를 느낀다는 것은 변화의 순간을 인식한다는 뜻이고, 그 인식은 우리를 조급함이 아니라
잠잠한 각성으로 이끈다.
지금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 보여도, 사실 가장 많은 준비가 이루어지는 때다. 그리고 이 겨울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다.
마법 같은 계절은 언제나 조용히 시작된다
봄은 언제나 극적으로 오지 않는다. 소리 없이, 그러나 확실하게 시작된다. 어느 날 문득
어제와 다른 공기의 결을 느끼는 순간, 우리는 알게 된다. 이미 계절이 바뀌어 있었음을.
그래서 겨울을 이겨내는 방식은
화려함이 아니다. 속도를 높이는 것도, 자신을 과시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지금까지 살아온 태도,
양심,
철학,
그리고 무해함을 지키는 일이다.
상처 주지 않으려 애쓴 태도,
쉽게 타협하지 않았던 양심,
세상이 흔들어도 끝내 놓지 않았던 기준들.
그 모든 것이
겨울을 통과하는 가장 단단한 힘이다.
마침내, 봄은 온다
세상은 크고,
나는 작다.
그러나 작음은 무력함이 아니다.
조용히 버티는 힘이며,
끝까지 무너지지 않는 윤리다.
시간은 결국 모든 것을 데려가지만,
우리가 어떤 태도로 그 시간을 통과했는지는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겨울은 지나간다.
그리고 마침내 봄은 온다.
그 봄은
버텨낸 자의 것이며,
자기 자신을 배신하지 않은 자의 계절이다.
김환빈 연희동 경희한의원 원장
팩트로 세상을 읽고, 제도로 사회를 바꾼다. — 조중동e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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