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원한 안식을 기원하며

안성기라는 이름 앞에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고개를 숙이게 된다. 그의 부재는 한 배우의 퇴장이 아니라, 한 시대가 공유해온 인간다움의 기준이 조용히 물러났음을 의미한다.

안성기는 늘 인간을 연기했다. 특별한 인물보다 평범한 사람을, 승리의 순간보다 흔들리는 시간을 오래 바라보게 했다. 그의 연기는 요란하지 않았지만 오래 남았다. 그것은 이야기의 중심에 사건이 아니라 삶의 조건을 두었기 때문이다. 필자가 그의 작품을 처음 접한 것은 "성공시대"였다.

그는 “죽음과 삶, 사랑과 책임을 다루는 역할을 통해 인간의 조건을 이해하고 나누는 것이 배우의 역할”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의 작품 속 인물들은 위대한 결단보다 피할 수 없는 선택 앞에서 망설였고, 옳음을 알면서도 두려워했다. 그러나 도망치지 않았다. 바로 그 지점에서 관객은 그를 판단하지 않고 이해하게 되었다.

안성기가 남긴 가장 큰 성찰은 인간의 한계에 대한 정직함이다. 그는 삶을 과시하지 않았고, 죽음을 극복의 서사로 포장하지도 않았다. 다만 주어진 자리에서 책임을 다하는 태도가 인간을 지탱한다고 믿었다.

그래서 그의 죽음 앞에서 남는 것은 허무가 아니라 질문이다. 나는 타인을 이해하려 노력했는가. 나는 내 역할을 다하며 살았는가.

안성기는 어느 편이 아니라 언제나 인간의 편에 서 있었다. 스크린 속 그의 연기는 이제 우리 삶의 기준으로 남는다. 유한함을 인정하고, 그 안에서 품위를 선택하라는 조용한 가르침을 남기고 사라졌다. 그의 명복을 빈다.

발행인겸 필자 김명수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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