飢不啄粟(기불탁속, 굶주려도 좁쌀을 쪼아먹지 않는다)을 그리는 필자



- 丙午年 새해를 여는 성찰의 다짐

丙午年 새해가 밝았다. 새해는 언제나 사람에게 두 가지를 동시에 건넨다. 하나는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희망이고, 다른 하나는 지난 시간을 정직하게 돌아보라는 요구다. 나는 오늘, 이 새 아침 앞에서 전자보다 후자에 조금 더 오래 머물고자 한다.

한 해를 살아오며 무엇을 잘했고, 무엇을 그르쳤는지 스스로에게 묻는 시간, 곧 성찰의 시간이다. 이미 충분한 작은 행복이 곁에 있었음에도 더 큰 것을 얻지 못했다는 이유로 불만해하지는 않았는지, 욕심을 감춘 채 진심이 아닌 말과 행동으로 나 자신을 속이진 않았는지 돌아본다. 돋보이고 싶은 마음에 저열한 허세를 부리며 스스로의 품격을 흩뜨린 적은 없었는지도 자문한다.

IMF당시 김대중 대통령과 함께 중소기업지원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필자


혹여 나의 욕심으로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지는 않았는가. 잘못을 인정하기보다 변명의 여지를 찾느라 마음을 소모한 적은 없었는가. 심신은 점점 쇠약해지는데도 삶을 마치 유희처럼, 혹은 방기한 듯 흘려보내며 뒤늦은 회한을 남기지는 않았는지, 스스로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다행인 것은 아직 내 가슴 속에 작고 소박한 꿈과 이상 몇 조각이 남아 있다는 사실이다.
장자의『逍遙遊篇(소요유편)』에서 말하는 鵬程萬里(붕정만리)는 이제 피안의 세계가 되어버렸을지라도, 飢不啄粟(기불탁속), 굶주려도 좁쌀은 쪼아 먹지 않겠다는 다짐만큼은 끝내 놓치지 않으려 한다. 비록 크지 않더라도, 올곧음만은 포기하지 않겠다는 결의다.

월드컵 4강의 신화를 이룬 히딩크감독을 축하하는 필자


하늘의 시간표에 따라 나에게 허락된 시간이 모두 소진될 때까지, 말과 행동이 어긋나지 않는 품격 있는 言行을 지키며 살고자 한다. 학처럼 고고하게, 선비처럼 담담하게, 황혼의 인생 여정을 비틀림 없이 걸어가고자 한다.

생각해 보면, 이 영겁의 세월 속에서 우리는 우연히 잠시 마실 나온 존재들일 뿐이다. 그러니 욕심을 앞세우기보다 자연의 일부로서 물 흐르듯 순리대로 살아가다, 하늘이 부르는 날이 오면 미련 없이 훌훌 털고 떠날 수 있기를 바란다.

태고종 총본산을 방문하며 총무원장과 함께하는 필자


이러한 다짐으로 새해의 문을 연다. 올 한 해도 함께 걷는 동행의 길에서 서로의 어깨를 다독이며 웃으며 걸어가기를 소망한다. 건행하시고, 즐거운 한 해가 되기를 진심으로 응원한다.

변함없는 열정으로, 신의 사랑 안에서.

<박상희 한국농어촌희망재단 이사장/ 건국대학교 총동문회 회장>


(본 칼럼은 필자의 개인 의견이며, 조중동e뉴스는 다양한 의견을 존중합니다. 본 칼럼이 열린 논의와 건전한 토론의 장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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