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1위 산유국 미국은 왜 베네수 원유 눈독 들이나
미 석화산업 '중질유 부족'…루비오 "엄청난 수요 있을 것"

미국산 셰일오일 수출하고 중질유 대거 수입 '미스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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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 국영 석유회사 PDVSA의 부두에 정박한 유조선 [AFP=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차대운 기자 = 셰일가스 혁명을 통해 미국은 세계 최대 원유 생산국이 됐는데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자국 정유 시설 운영에 베네수엘라산 원유가 필요하다고 본다.

‘셰일 혁명’의 이면… 정유시설이 만든 구조적 아이러니

미국은 명실상부한 세계 최대 산유국이다. 셰일 혁명 이후 하루 수천만 배럴의 원유를 쏟아내며 에너지 패권국으로 군림하고 있다. 그런데도 최근 미국 정치권과 석유화학 업계에서 뜻밖의 이름이 다시 거론되고 있다. 바로 베네수엘라다.

겉으로 보면 모순이다. 석유가 넘쳐나는 나라가 왜 제재 대상국의 원유를 필요로 할까. 그러나 미국 에너지 산업의 내부를 들여다보면, 이 질문은 곧바로 다른 질문으로 바뀐다. “미국은 정말 필요한 종류의 원유를 충분히 가지고 있는가.”

정유시설은 과거를 기억한다

미국 정유시설의 심장은 텍사스·루이지애나 등 멕시코만 연안에 있다. 이곳에 몰려 있는 대형 정유 공장들은 수십 년 전, 베네수엘라·캐나다·멕시코에서 들어오던 황 함량이 높은 중질유를 처리하도록 설계됐다.

미국연료·석유화학제조협회(AFPM)에 따르면 미국 전체 정유 설비의 약 70%는 여전히 중질유를 투입할 때 가장 효율적으로 돌아간다. 이 구조는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는다. 수백억 달러가 투입된 정유시설은 기술이 아니라 역사와 투자 결정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셰일오일의 역설

미국이 생산하는 셰일오일은 대부분 가볍고 황이 적은 경질유다. 연료로는 훌륭하지만, 중질유 처리에 최적화된 정유시설에 그대로 넣으면 경제성이 떨어진다. 결국 미국은 이런 선택을 해왔다.

자국산 경질유는 해외로 수출

대신 캐나다 등에서 중질유를 수입

정유시설은 ‘가장 돈이 되는 방식’으로 가동

현재 미국 정유시설에 투입되는 원유의 약 40%가 수입산이라는 사실은, 에너지 자립 실패가 아니라 정유 효율을 위한 전략적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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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사스주 휴스턴의 정유시설 [로이터=연합뉴스]

베네수엘라가 다시 거론되는 이유

한때 베네수엘라는 미국의 핵심 원유 공급국이었다. 우고 차베스 이전, 미국 기업들은 1920년대부터 베네수엘라 석유 개발에 깊숙이 관여했고, 많을 때는 월 6천만 배럴의 원유가 미국으로 들어왔다.

미·베네수엘라 관계 악화와 제재 이후 이 흐름은 끊겼다. 미국은 캐나다산 중질유로 공백을 메웠지만, 최근 글로벌 중질유 공급은 점점 빠듯해지고 있다. 이 지점에서 베네수엘라는 다시 **‘가장 잘 맞는 퍼즐 조각’**으로 떠오른다.

루비오 발언, 정치가 아닌 산업의 언어

최근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한 방송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멕시코만 연안의 정유시설들은 중질유를 처리하는 데 세계 최고 수준이다. 여건만 된다면 민간 부문에서 베네수엘라 원유에 엄청난 수요가 있을 것이다.”

이 발언은 외교 수사가 아니다. 미국 석유화학 산업의 구조적 현실을 그대로 드러낸 말이다. 원유는 많지만, 정유시설이 요구하는 원유는 부족한 나라. 이것이 ‘세계 1위 산유국 미국’이 안고 있는 역설이다.

에너지 패권의 진짜 민낯

에너지 패권은 단순히 “얼마나 많이 캐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어떤 원유를, 어떤 시설에서, 어떤 구조로 쓰느냐의 문제다.

미국이 베네수엘라 원유를 다시 바라보는 이유는 정치적 호감이 아니라 산업적 기억 때문이다. 정유시설은 이념을 따지지 않는다. 오직 효율과 수익성만을 기억할 뿐이다.

석유의 시대에도, 결국 현실을 지배하는 것은
이념이 아니라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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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위 산유국 미국의 '베네수엘라 구애'… 그 이면의 '에너지 미스매치' [요약] 미국, 셰일 혁명에도 '중질유' 부족으로 정유 가동 효율 저하 멕시코만 정유 설비 70%가 중질유 최적화… "국산 쓰고 싶어도 못 써" 루비오 국무 "엄청난 민간 수요"… 경제적 실익 앞세운 대(對)베네수엘라 전략 변화 시사 미국이 세계 최대 원유 생산국이라는 지위에도 불구하고, 다시 베네수엘라의 원유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자국 땅에서 셰일 오일이 쏟아져 나오는데 왜 굳이 '숙적'이었던 베네수엘라의 기름이 필요한 것일까. 답은 '양(Quantity)'이 아닌 '질(Quality)'의 미스매치에 있다. ■ "기름은 넘치는데 쓸 기름이 없다"… 셰일의 역설 미국 셰일 혁명의 주인공인 '셰일 오일'은 황 함량이 적고 가벼운 **경질유(Light Sweet Crude)**다. 반면, 미국 석유화학 산업의 심장부인 텍사스 멕시코만 연안의 정유 시설들은 수십 년 전부터 베네수엘라, 캐나다 등에서 수입되는 **중질유(Heavy Sour Crude)**를 처리하도록 설계되었다. 미국연료·석유화학제조협회(AFPM)에 따르면, 미국 내 정유 설비 용량의 약 70%는 중질유를 투입할 때 가장 높은 경제성과 효율을 낸다. 최첨단 고도화 설비가 가벼운 셰일 오일보다는 끈적이고 정제가 까다로운 중질유를 처리해 고부가가치 제품을 만들어내도록 특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결국 미국은 자국산 경질유를 대거 수출하는 동시에, 정유 공장을 돌리기 위해 중질유를 수입해야 하는 기묘한 구조에 놓여 있다. ■ 캐나다 의존도 낮추고 '배합비' 맞춰야 현재 미국은 베네수엘라산 원유의 빈자리를 캐나다산 중질유로 채우고 있다. 현재 미 정유 시설에 투입되는 원유의 약 40%가 수입산인데, 이는 휘발유, 디젤, 항공유, 심지어 아스팔트까지 다양한 석유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필요한 '황금 배합비'를 맞추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문제는 공급망의 다변화다.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가격 협상력과 공급 안정성은 떨어진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이 최근 "세계적으로 중질유가 부족한 상황이며, 여건만 된다면 민간 부문의 엄청난 수요가 있을 것"이라고 언급한 것은, 베네수엘라의 풍부한 중질유가 미국 에너지 경제의 마지막 퍼즐 조각임을 인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 실용주의 외교로의 전환점 되나 베네수엘라는 우고 차베스 정권 이후 석유 산업 국유화를 단행하며 미국과 척을 져왔다. 한때 월 6,000만 배럴에 달했던 미국의 베네수엘라 원유 수입량은 관계 악화와 제재로 인해 급감했다. 그러나 '미국 우선주의'와 '실용적 경제 이익'을 중시하는 트럼프 행정부 기조 아래, 분위기는 바뀌고 있다. 멕시코만 정유 시설의 가동률을 극대화하고 에너지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베네수엘라의 중질유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결국 미국의 베네수엘라 접근은 단순한 외교적 수사가 아니라, 자국 석유화학 산업의 생존과 수익성을 위한 '철저한 계산된 행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세계 1위 산유국의 자존심보다 실익을 택한 미국의 에너지 행보가 국제 유가와 지정학적 구도에 어떤 파장을 몰고 올지 귀추가 주목된다./이건 제미니기사 같은내용을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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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위 산유국 미국의 ‘베네수엘라 구애’

그 이면에 숨은 ‘에너지 미스매치’의 진실

미국은 세계 최대 원유 생산국이다. 셰일 혁명 이후 자국 내 원유 생산량은 폭발적으로 늘었고, 에너지 자립을 넘어 수출국의 지위까지 확보했다. 그런데도 최근 미국 정치권과 석유화학 업계에서는 뜻밖에도 베네수엘라의 이름이 다시 거론되고 있다. 한때 ‘숙적’이었던 국가의 원유에 왜 다시 눈길을 보내는 것일까.

답은 단순하다. 문제는 ‘얼마나 많이’가 아니라 ‘무엇을 쓰느냐’에 있다.

“기름은 넘치는데 쓸 기름이 없다”

셰일 혁명이 낳은 구조적 역설

미국 셰일 혁명의 주력인 셰일오일은 황 함량이 적고 가벼운 **경질유(Light Sweet Crude)**다. 그러나 미국 석유화학 산업의 심장부인 텍사스·루이지애나 등 멕시코만 연안의 정유시설들은 전혀 다른 원유를 기준으로 설계됐다. 이 시설들은 수십 년 전부터 베네수엘라·캐나다산 **중질유(Heavy Sour Crude)**를 처리해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하도록 만들어졌다.

미국연료·석유화학제조협회(AFPM)에 따르면, 미국 정유 설비 용량의 약 70%는 중질유를 투입할 때 가장 높은 효율과 수익성을 낸다. 경질유를 넣을 수는 있지만, 경제성은 급격히 떨어진다. 결국 미국은 자국산 원유를 대거 수출하면서도, 정유시설을 제대로 돌리기 위해 다른 나라의 중질유를 수입하는 기묘한 구조에 놓이게 됐다.

캐나다로 메운 공백, 그러나 한계는 분명

미국은 베네수엘라 제재 이후 캐나다산 중질유로 상당 부분을 대체해왔다. 현재 미국 정유시설에 투입되는 원유의 약 40%가 수입산인데, 이는 휘발유·디젤·항공유·아스팔트 등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필요한 ‘황금 배합비’를 맞추기 위한 선택이다.

문제는 공급망이다.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가격 협상력과 공급 안정성은 약해진다. 중질유 공급이 전 세계적으로 줄어드는 상황에서, 미국 입장에서는 선택지가 많지 않다. 이 지점에서 베네수엘라의 풍부한 중질유 매장량은 다시 전략적 가치로 부상한다.

루비오 발언이 던진 신호

최근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한 방송 인터뷰에서 “멕시코만 연안의 정유시설들은 중질유를 처리하는 데 세계 최고 수준이며, 여건만 된다면 민간 부문에서 엄청난 수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외교적 수사가 아니라, 미국 석유화학 산업의 현실을 그대로 드러낸 발언으로 해석된다.

베네수엘라 원유는 미국 정유시설이 가장 ‘잘 기억하는’ 원유다. 정치적 갈등과 제재 이전, 미국은 한때 월 6천만 배럴에 달하는 베네수엘라산 원유를 수입하며 사실상 핵심 파트너 관계를 유지해왔다.

실용주의가 이념을 밀어내는 순간

우고 차베스 정권 이후 베네수엘라는 석유 산업 국유화를 단행하며 미국과 등을 돌렸다. 그러나 ‘미국 우선주의’와 실익을 중시하는 트럼프 행정부 기조 속에서, 분위기는 다시 바뀌고 있다. 멕시코만 정유시설의 가동률을 극대화하고 에너지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베네수엘라 중질유가 여전히 가장 현실적인 선택지이기 때문이다.

결국 미국의 베네수엘라 접근은 외교적 제스처가 아니다. 세계 1위 산유국의 자존심보다 산업 구조가 요구하는 효율을 택한, 철저히 계산된 에너지 전략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 선택이 국제 유가와 지정학적 구도에 어떤 파장을 불러올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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