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특별재판부의 귀환, 헌법의 금지선을 넘는 위험한 발상

내란 전담재판부는 이름만 전담일 뿐 사실상 특별재판부의 부활이다. 헌법은 정치적 사건을 다루는 별도 재판소를 금지함으로써 권력이 재판을 설계할 가능성을 원천 차단해 왔다. 그런데 특정 범죄 군을 별도 절차로 묶어 한 재판부가 전담하게 만들면, 그 재판부는 실질적으로 정권이 바라보는 시선에 따라 조직될 위험이 커진다.

이는 제도라는 외피를 쓴 정치 개입이며, 사법부의 중립성을 정권이 직조하는 길을 열어준다. 내란이라는 극단적 범죄를 전담하도록 이름을 붙이는 순간, 재판은 이미 시작하기 전부터 정치적 기획의 무대가 되어 버린다.II. 사법 독립의 붕괴, 판사 양심 아닌 정권 의지가 개입할 틈내란은 어느 정권에서든 정치
적 이해관계의 중심에 놓일 수밖에 없다. 그 때문에 이런 사건을 따로 묶어 전담하게 하는 것은 판사의 양심보다는 정권의 전략이 재판부 구성에 개입할 여지를 폭넓게 허용하는 구조를 만든다. 사법부는 권력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어야 가장 공정하다.

그러나 전담재판부는 정치적 사건을 ‘특수사건’으로 격상시키며, 정권의 논리가 암묵적으로 스며들 틈을 만든다. 이렇게 조성된 환경에서는 양심은 침묵하고, 권력의 기류만이 재판부를 감싸는 부당한 기류가 생긴다. 결국 사법 독립은 서서히, 그러나 확실하게 침식된다.

III. 사건 배당의 변질, 공정성의 마지막 줄기가 잘려 나가는 순간

사건 배당의 무작위성은 사법 공정성의 마지막 생명선이다. 사건을 특정 판사에게 몰아주는 순간, 재판의 중립성은 끝난다. 내란 전담재판부는 이름에서부터 특정 사건을 특정 재판부에 집약시키는 구조를 전제로 한다.

이는 곧 사건이 아니라 권력이 재판부를 선택하는 구조를 제도적으로 승인하는 셈이다. 이런 구조가 허용되면, 사건의 실체는 부차적인 것이 되고, 누가 어떤 성향의 판사에게 배당되느냐가 재판의 절반을 결정한다. 정의는 법정에서가 아니라 재판부 편성 단계에서 조용히 뒤틀려 버린다.

IV. 재판의 무기화, 정권이 사법을 활용하는 완벽한 통로

내란죄는 국가적 위신과 정치적 긴장이 극도로 얽혀 있는 범죄로, 정권이 의도적 압박을 행사할 때 쉽게 동원되는 도구이기도 하다. 여기에 전담재판부까지 얹히면, 정권은 사법 절차를 통해 반대 세력을 제압할 수 있는 최적의 장치를 갖게 된다.

특정 성향의 판사를 배치하거나 전담부에 해석의 경향성을 심어두는 방식으로 사법의 칼날은 언제든지 정치적 겨냥의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다. 법이 정치에 이용되는 순간, 재판은 심판이 아니라 숙청 절차가 되고, 사법부는 국가 권력의 냉혹한 무기가 된다.

V. 절차의 붕괴, 적법절차가 ‘의미 있는 과정’이 아니라 ‘형식’으로 전락

내란 사건은 그 파급력 자체가 크기 때문에 절차적 보호가 가장 강해야 한다. 하지만 전담재판부는 구조적으로 속도·엄벌·기계적 판단으로 흐를 위험이 크다. 피고인의 방어권은 축소되고, 증거조사·공방·비례 원칙과 같은 절차적 요소들은 재판부의 전문성이라는 명목 아래 무력화될 수 있다. 절차가 사라진 재판은 형벌과 다름없다. 적법절차가 형식으로 축소되면, 국가는 사람의 권리를 과정 없이 박탈할 수 있는 거대한 권한을 손에 쥔다.

VI. 무죄추정의 파괴, 재판장이 아니라 이름에서부터 유죄를 암시

내란이라는 단어 자체가 이미 국민에게 정치적 공포와 배신의 이미지를 준다. 그 단어가 재판부 이름 앞에 붙는 순간, 피고인은 재판장에 서기도 전에 이미 유죄의 그림자 아래 놓이게 된다. 이는 가장 직접적이고 선명하게 무죄추정 원칙을 훼손하는 방식이다. 절차가 아니라 용어부터가 피고인의 존엄을 훼손하고, 재판은 공정한 심판이 아니라 사회적 낙인의 재확인 절차로 변질된다.

VII. 법치주의의 역전, 사법이 권력을 견제하는 것이 아니라 권력이 사법을 재편한다.

법치주의의 핵심은 권력이 법을 따라야 한다는 원칙이다. 그러나 전담재판부의 도입은 법의 형식을 빌려 권력이 사법 절차를 바꾸는 방식이다. 이는 사법이 권력을 견제하는 구조가 아니라, 권력이 사법을 배열하는 형식으로 전도된 위험한 모습이다.

이런 선례는 한 번 생기면 정권마다 새로운 전담부가 등장하고, 사법부는 권력의 바람에 따라 방향을 바꾸는 조직이 된다. 국가의 기본 질서는 그렇게 천천히, 그러나 치명적으로 붕괴한다.

Ⅷ. 내란 전담재판부는 제도라는 이름을 쓴 조용한 쿠데타

내란 전담재판부는 단순한 조직 개편이 아니라 헌법이 세워온 방어벽을 하나씩 해체하는 위험한 제도다. 특별재판부 금지, 무작위 배당, 무죄추정, 사법 독립, 적법절차라는 민주주의의 기둥을 정면으로 흔들며, 사법을 정치의 도구로 만드는 제도적 쿠데타다.

민주주의는 거창한 폭력으로 무너지는 것이 아니다. 과정의 이름을 살짝 바꾸는 것으로도 충분히 쓰러진다. 내란 전담재판부는 바로 그 위험한 첫 장면이다.

고무열 (안전교육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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