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연은 붙잡지 않으면 사라지는 것이다
피천득은 수필 「인연」에서 이렇게 말한다. “어리석은 사람은 인연을 만나도 몰라보고,
보통사람은 인연인 줄 알면서도 스치고, 현명한 사람은 스쳐도 인연을 살려 낸다.”
이 짧은 문장 속에는 인생을 관통하는 깊은 통찰이 담겨 있다.
인연은 우연처럼 찾아오지만, 그것을 인연으로 만드는 것은 전적으로 우리의 태도라는 사실이다.
우리는 흔히 운명이나 환경을 탓하며 삶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조금만 더 깊이 들여다보면, 지금의 삶은 결국 누구를 만나왔는가, 어떤 사람들과 시간을 나누어 왔는가의 결과다. 사기꾼과 인연을 맺으면 사기꾼의 언어와 사고방식이 몸에 배고, 부자와 인연을 맺으면 부자의 시선과 태도를 배우게 된다. 사람은 의식하든 그렇지 않든, 가장 자주 만나는 사람을 닮아간다.
그래서 인연은 선택이자 책임이다.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들이 곧 나의 현재이며,
앞으로 만날 사람들이 곧 나의 미래다. 인연을 가볍게 여긴 사람의 삶이 가벼워지고,
인연을 귀히 여긴 사람의 삶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사랑의 인연 앞에서는더더욱 그렇다.
사랑은 쉽게 만나지지 않는다.
“먼 길을 돌아 다시 만나게 되는 날”이라는 말처럼, 진짜 인연은 수많은 우회와 시간의 시험을 통과해 우리 앞에 선다. 그런데도 우리는 종종 바쁘다는 이유로,
익숙하다는 이유로, 혹은 언젠가 다시 만나겠지라는 안일함으로
그 소중한 사람을 방임하고 놓아둔다.
그러나 인연은 붙잡지 않으면 사라지는 것이다. 특히 이 생에 못다 한 사랑, 이 생에 못다 한 인연이라면 더욱 그렇다. 그 사람을 놓치지 않는다는 것은 집착이 아니라 책임이며, 그 인연에 정성을 다하는 것은 감정이 아니라 삶의 태도다.
"사랑은 끝났다고 말했지만,
끝나지 않는 것은
기억이 아니라
기다림이었다
그날엔
사랑이란 말 대신
가만히 너를 안고
속삭이고 싶다
이제는
놓치지 않겠다고
다시는
혼자 돌아가지 않겠다고."
인연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은 결국 자기 인생에도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다. 말 한마디를 아끼지 않고, 신뢰를 가볍게 소비하지 않으며, 만남 하나하나를 인생의 일부로 존중하는 사람. 그런 사람이 살아가는 인생은 결코 초라할 수 없다.
인연은 많다고 귀한 것이 아니다.
살려낸 인연만이 삶을 풍요롭게 한다. 스쳐 지나갈 수 있었던 인연을 붙잡아 의미로 만들고,
당연해질 수 있었던 사람을 끝까지 소중히 여기는 것. 그것이 바로 멋진 인생을 살아가는 방식이다.
우리는 오늘도 누군가를 만난다. 그 만남이 우연으로 끝날지, 인연으로 남을지는 지금 이 순간,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 세상은 만들어가는 자의 몫이다.
박영대 대한워킹투어협회 회장/ 전 경기대학교 총동문회장
<저작권자(c) 조중동e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