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과 농촌이 고령화와 기후 위기라는 존폐의 기로에 서 있는 지금, 200만 농민의 수장인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을 둘러싼 논란은 우리 사회에 깊은 허탈감을 안겨주고 있다.
최근 농림축산식품부의 감사로 드러난 실상은 '농민을 위한 농협'이라는 슬로건이 얼마나 공허한 수식어였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 1박 200만 원의 그들만의 민낯
가장 충격적인 대목은 강 회장의 해외 출장 행적이다. 하루 숙박비 상한선인 $250를 비웃기라도 하듯, 규정보다 180만 원이나 더 비싼 5성급 호텔 스위트룸을 전전했다. 농민들이 뙤약볕 아래서 한 해 농사를 지어 손에 쥐는 순수익이 얼마인지 단 한 번이라도 떠올렸다면 감히 할 수 없는 행보다.
중앙회장과 농민신문사 회장을 겸직하며 챙기는 연봉 8억 원 역시 상식의 범위를 벗어났다.
비상근직이라는 명분은 허울뿐이었고, 실제로는 두 곳에서 수억 원의 보수와 퇴직금을 이중으로 챙기는 '특권의 설계자'가 되어 있었다. 농민의 권익을 대변해야 할 자리가 개인의 사욕을 채우는 '황금 의자'로 변질된 셈이다.
- 권력의 사유화, 무너진 공정의 가치
더 심각한 것은 조직 운영의 불투명성이다. 비서실 명의 뒤에 숨겨진 업무추진비, 그리고 강 회장 측근 이사들이 속한 지역 조합에 무이자 자금이 집중 지원된 정황은 농협 내부에 '사적인 권력 지도'가 형성되었음을 시사한다.
지역 농협의 균형 발전을 위해 쓰여야 할 무이자 자금이 회장의 '정치적 쌈짓돈'처럼 활용되었다면, 이는 농협의 존립 근거를 뿌리째 흔드는 일이다. 공적 자금의 배분 기준이 '필요성'이 아닌 '친분'에 의해 결정되는 조직에 미래는 없다.
- '무소불위' 회장제의 마침표를
이번 사태는 비단 강호동 회장 개인의 일탈로만 치부될 수 없다. 역대 농협중앙회장들이 줄줄이 사법 처리를 받거나 논란의 중심에 섰던 역사는, 현재의 중앙회장직이 견제받지 않는 과도한 권력을 쥐고 있음을 방증한다.
농협은 이제 선택해야 한다. '회장님'을 위한 조직으로 남을 것인가, 아니면 뼈를 깎는 인적·구조적 쇄신을 통해 진정한 '농민의 동반자'로 거듭날 것인가?
정부는 감사 결과에 따른 엄중한 처벌과 환수 조치는 물론, 회장의 보수 체계와 자금 지원 방식을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제도를 개혁해야 한다.
농민의 고혈로 쌓아 올린 '황제의 성'을 허물지 않고서는 농업의 미래도, 농협의 신뢰도 결코 되찾을 수 없다.
(본 칼럼은 필자의 개인 의견이며, 조중동e뉴스는 다양한 의견을 존중합니다. 본 칼럼이 열린 논의와 건전한 토론의 장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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