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맛' 살린 '비틀쥬스'…이창호 "초연보다 재밌단 반응 뿌듯"
부캐 '쥐롤라' 인기 힘입어 각색 참여…대사에 한국식 B급 정서 가미
심설인 협력연출 "3시간 동안 즐거운 공연이 목표…행복감 가져가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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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비틀쥬스'의 개그맨 이창호와 심설인 협력연출 [CJ ENM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서울=연합뉴스) 박원희 기자 = 지난달부터 LG아트센터 서울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비틀쥬스'의 두 번째 시즌이 4년 전 초연과 달라진 점 중 하나는 '말맛'이다.
원작인 팀 버튼 연출의 동명 영화와 2021년 브로드웨이 초연 공연이 가지고 있던 미국적인 정서 대신 한국적 정서에 가까운 대사가 가미됐다. 그러면서도 원작이 가진 'B급 감성'을 더 많이 표현하려 했다. 미국적인 순한 맛에서 한국적인 매운맛으로 변화를 꾀한 셈이다.
이 작업에는 2014년 KBS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해 최근 부캐릭터 '쥐롤라'로 인기를 끈 개그맨 이창호가 참여했다.
"첫 공연을 시작한 다음에는 일주일 정도 매일 사이트에서 반응을 봤어요. 제일 좋았던 반응은 '초연보다 재밌다'는 거였죠."
9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기자들과 만난 이창호에게선 첫 뮤지컬 작업을 한 데 대한 설렘과 기쁨이 묻어났다. 그는 관객들이 댓글로 작품에 관한 논쟁을 벌이는 것도 일일이 보며 행복해한다고 했다.
'비틀쥬스'는 이승과 저승 사이에 갇혀 지내면서 저승을 안내하는 역할을 하는 악동 유령 비틀쥬스가 인간 소녀 리디아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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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비틀쥬스' 코미디 각색 이창호 [CJ ENM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이창호는 '비틀쥬스' 각색 작업에 참여하기 전부터 뮤지컬과 깊은 인연이 있다. 그를 '대세 개그맨'으로 만들어준 쥐롤라라는 캐릭터가 뮤지컬 배우를 패러디하는 유튜브 채널에서 만들어졌다는 점에서다. 그가 연기하는 부캐릭터는 본래 이호광이라는 이름의 인물이지만, 그가 '킹키부츠' 속 룰라를 따라 노래를 부르면서 이호광의 별명인 쥐와 합쳐져 '쥐롤라'로 불리게 됐다.
그는 "뮤지컬에 빠진 지는 1년 정도밖에 안 됐다"면서 "(다른 장르의 공연과) 같은 푯값을 내는데 무대에서 연기하고 노래하고 메시지도 있는 종합 선물 세트였다"고 뮤지컬의 매력을 설명했다.
이에 '비틀쥬스' 코미디 각색 제안을 받았을 때 바로 수락했다. "이 장르에 깊이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제안이) 철회될까 봐 빨리 물었다"며 웃음 지었다.
'비틀쥬스'의 매력에 관해서는 "코미디로 마사지해 마음이 유연해지는 와중에 메시지도 전달해준다"며 "(등장인물이) 객석과 이야기를 나누는 뮤지컬도 처음이었다. 과거·현재·미래에 관해 풍자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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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비틀쥬스' 속 장면 [CJ ENM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그의 역할은 현시대에 걸맞은 코미디 요소들을 발굴하는 것이었다. 그가 여러 재료를 가지고 오면, 대본을 담당한 김수빈 작가와 심설인 협력연출과의 논의를 거쳐 작품에 반영했다. 배우들도 각색 과정에 참여해 각자에 어울리는 코미디 요소도 만들었다.
이창호는 "정치·종교·성 등 구애받지 않고 날 것을 가져가 익히기도 하고 염지도 했다"며 "(협력연출과 작가가) 밤이든 낮이든 궁금한 것을 알려주셔서 너무나 편안히 작업했다"고 말했다.
그는 뮤지컬 각색이 "2025년에 했던 일 중 가장 재밌게 했던 일"이라면서 "각색이든, 꿈 같은 배우든, 허드렛일이든, 뮤지컬과 관계된 일들을 계속하고 싶다"고 의지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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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비틀쥬스' 코미디 각색 이창호 [CJ ENM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비틀쥬스'는 '말맛'뿐만 아니라 시각적 표현으로도 이목을 사로잡는다. 거대한 생명체가 퍼펫으로 표현되고, 영상과 세트도 여러 번 전환되며 분위기를 조성한다.
심설인 협력연출은 "제가 추구하는 공연의 목표는 2시간 반, 3시간 동안 즐거워야 한다는 것"이라며 "시각 효과 등 다양한 면모를 보여주고 싶었다. 이 점이 지금 시대와 맞는다고도 생각했다"고 말했다.
비틀쥬스 캐릭터에 관해서는 "일차원적으로 표현하는 캐릭터"라며 "아무렇지 않게 (지나가듯) 삶에 관해 말하는데, 그게 관객으로 하여금 깊은 생각 없이 삶에 대해 생각하게 해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회적인 통념이나 틀에 갇혀서 행동하지 못하고 말을 아낄 때가 있는데 (관객이) 비틀쥬스에 대리만족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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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비틀쥬스' 협력연출 심설인 [CJ ENM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심 연출과 이창호는 '비틀쥬스'의 세 번째 시즌을 하게 된다면, 비틀쥬스의 첫 등장 장면과 첫 넘버를 보강하고 싶다고 했다. 이창호는 관객에게 공연을 전체적으로 소개하는 비틀쥬스의 바람잡이 역할을, 심 연출은 극의 주제가 담긴 넘버를 각각 선명하게 하는 게 목표다.
"듣도 보도 못한 새로운 장르이지만 자신감 있게 준비했습니다. 충분히 와서 즐기실 수 있을 거예요. 한 번쯤은 '사는 게 아무렇지 않다'는 행복감을 가지셨으면 좋겠습니다." (심 연출)
"저점 매수를 하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예매하실 수 있을 때 보셔야 합니다. 나중에 후회되니까요." (이창호)
encounter2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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