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홍문표 사장과 담소를 나누는 필자


- 지금 당신은 무엇에 마음을 쓰고 있는가?

한적한 오후, 커피 한 잔 앞에 두고 잠시 숨을 고른다. 바쁘게 흘러가던 시간은 이 순간만큼은 걸음을 늦추고, 마음은 자연스레 삶의 본질로 향한다. 이 고요한 틈에서 우리는 아주 단순하지만 가장 중요한 사실 하나를 마주하게 된다. 우리는 언젠가 반드시 죽는 존재라는 사실이다.

죽음을 기억한다는 것은 우울함에 머무는 일이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삶을 가장 또렷하게 만드는 지혜다. 유한함을 자각하는 순간, 우리는 자연스럽게 겸손해진다. 내가 쥔 지위도, 자존심도, 억울함도 결국은 시간 앞에서 잠시 머물다 사라질 것들임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죽음을 기억하는 사람은 사람을 함부로 대하지 않는다. 말 한마디, 표정 하나, 관계의 온기를 가볍게 여기지 않는다.

송년의 밤에 "나눔과 존중은 사람을 살린다."고 강변하는 필자


또한 죽음을 의식하는 삶은 현재를 사는 힘을 준다. 내일을 위해 오늘을 소모하는 것이 아니라, 오늘을 온전히 살아내는 선택을 하게 만든다. 미루지 않고, 아끼지 않고, 느끼고 감사하며 사는 삶이다. 지금 마시는 이 커피의 향, 창밖의 빛, 옆 사람의 숨결이 다시 오지 않을 수 있음을 알기에 우리는 이 순간을 마음껏 누릴 자격이 있다.

생각해보면, 우리의 시간은 참으로 부족하다.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마음을 나누고, 배려하며 존중하기에도 턱없이 짧다. 그런데도 우리는 종종 미워하고, 비교하고, 시기하는 데 소중한 시간을 허비한다. 그 감정들이 남기는 것은 상처와 피로뿐인데, 정작 돌이켜보면 그 순간조차 기억나지 않을 일들이다. 미움은 에너지를 소모하고, 시기는 마음을 황폐하게 만들 뿐이다.

반대로 나눔과 존중은 사람을 살리고, 결국 자기 자신을 가장 먼저 회복시킨다. 따뜻한 말 한마디, 먼저 내미는 손, 이해하려는 한 걸음은 관계를 넘어 삶 전체의 온도를 바꾼다. 그 작은 선택들이 쌓여 인생의 품격이 되고, 떠난 뒤에도 남는 흔적이 된다.

“지금 당신은 무엇에 마음을 쓰고 있는가?” 마음속 깊이 다짐하는 필자(앞줄 중앙)


한적한 오후의 커피 한 잔은 우리에게 묻는다. “지금 당신은 무엇에 마음을 쓰고 있는가?”

언젠가 끝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며, 오늘 만나는 사람 앞에서 겸손해지고, 주어진 이 순간을 충분히 살아내자. 미워하기에는 인생이 너무 짧고, 사랑하고 존중하기에도 시간이 늘 부족하다. 결국 우리가 붙들어야 할 것은 오직 하나, 지금 이 순간을 사람답게 살아가는 태도일 뿐이다.

<박상희 한국농어촌희망재단 이사장/ 건국대학교 총동문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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