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가 집권 초기 인선에서 이혜훈, 김성식 등 중도보수 진영의 상징적 인물들을 대거 내각과 자문기구에 포진시켰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파격적인 외연 확장’이라는 평가와 ‘지지 기반을 흔드는 자충수’라는 우려가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던진 이 ‘실용주의 카드’는 정권에 약이 될 것인가, 아니면 거센 역풍의 시발점이 될 것인가.
- 실용, 통합 ‘양날의 검’
이재명 대통령은 당선 직후부터 “진영을 가리지 않고 유능한 인재를 쓰겠다”는 실용주의 노선을 천명해 왔다. 보수 진영에서 경제 전문가로 통하는 인물들을 기용한 것은 단순히 보여주기식 탕평책을 넘어, 보수층이 가장 우려하던 ‘급진적 좌클릭’에 대한 불안감을 불식시키겠다는 전략적 계산이 깔려 있다.
특히 경제 사령탑 부근에 보수 성향 인사를 배치한 것은 시장의 신뢰를 얻고 국정 운영의 안정감을 확보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는 중도층에게 ‘이재명의 민주당은 유연하고 유능하다’는 인상을 심어줌으로써 정권의 지지 기반을 보수 진영의 경계선까지 넓히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 내부에서 불어오는 ‘정체성 역풍’
하지만 이 같은 행보가 정권 내부의 결속력을 약화시키는 ‘역풍’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농후하다.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층과 당내 강성 파벌은 이번 인선을 두고 “정체성의 훼손”이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보수 출신 인사들이 예산과 경제 정책의 키를 잡을 경우, 이재명 정부의 정체성이라 할 수 있는 ‘기본소득’이나 ‘보편적 복지’ 정책과 충돌할 수밖에 없다. 국정 운영의 일관성이 흔들릴 경우 지지층의 실망은 분노로 변할 수 있다.
“남의 집 사람에게 안방을 내줬다”는 박탈감은 당내 인사들의 사기를 저하시키고, 향후 입법 과정에서 당청 간의 불협화음을 야기할 불씨가 된다.
국민의힘 등 보수 야당은 이번 인선을 “보수 지지층을 갈라치기 하려는 고도의 정치 공작”으로 규정하며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진정성을 의심받는 순간, 외연 확장은커녕 양쪽 진영 모두에게 외면받는 ‘샌드위치’ 신세가 될 위험이 있다.
성패는 ‘정치적 수사’가 아닌 ‘성과’에 달렸다
결국 이번 인선이 정권에 역풍이 될지, 순풍이 될지는 영입된 인사들이 내놓을 ‘가시적인 성과’에 달려 있다. 보수 출신 인사들이 민주당 정부의 핵심 가치를 수용하면서도 전문성을 발휘해 민생 경제를 회복시킨다면, 이재명 정부는 명실상부한 ‘통합 정부’로서 장기 집권의 기틀을 마련할 것이다. 반면, 정책 결정 과정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고 내부 갈등만 증폭된다면, 이번 인선은 ‘집토끼를 잃고 산토끼도 잡지 못한’ 패착으로 기록될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주의 실험은 이제 막 시험대에 올랐다. 그 결과는 멀지 않은 내년 지방선거에서 민심의 성적표로 드러날 것이다.
김창권 大記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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