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멈추는 순간, 스스로를 배반하게 된다
잘 살아간다는 것은 요령 있게 살아간다는 뜻이 아니다. 온 몸을 던져 배우며 살아가는 일, 그것이 진짜 삶이다.
오늘은 12월 31일이다. 다사다난했던 을사년이 저물어 간다. 세월은 늘 그렇듯 예고없이 빠르게 흘러갔고, 그 속에서 나는 또 한 해를 온몸으로 살아냈다. 돌이켜보면 참으로 열심히 살았다. 하지만 그 시간 속에서 더욱 분명해진 진실이 하나 있다. 내 인생의 일은, 결국 나 말고는 아무도 해주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세상은 냉정하다. 누군가에게 기대고 의지하여 일을 도모하는 순간, 실패의 씨앗은 이미 뿌려진다. 함께 가고 함께 만들 수는 있다. 그러나 기대는 다르다. 기대는 책임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중심을 포기하는 행위다. 단 하나의 예외가 있다면, 서로의 목적과 방향이 정확히 부합될 때뿐이다. 그마저도 각자의 몫을 온전히 감당할 때에만 가능하다.
‘권불십년(權不十年)’이라는 말이 있다. 권력도, 명성도, 성공도 오래 가지 않는다. 더 무서운 것은 추락이다. 날개 없이 떨어지는 순간, 태양은 가장 빠르게 비참해진다. 그래서 올라갈수록, 더 철저히 스스로를 경계해야 한다. 의지의 순간이 곧 붕괴의 시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성공까지 이르는 길에는 수없이 많은 시련과 고통이 필요하다. 그러나 무너지는 것은 순간 찰나다. 외롭고 힘들 때, 내 옆에 아무도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이 찾아온다. 이것이 비극이 아니라 현실이다. 인생에는 늘 머피의 법칙이 작동한다. 그래서 역사는 대신 써주는 사람이 없다. 나의 역사는 오직 내가 극복해야만 완성된다.
어제도 나는 인천에서, 용인에서, 그리고 다시 서울까지 쉼 없이 달렸다. 조금의 빈틈을 허용하는 순간, 남는 것은 후회와 자기 질책뿐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삶은 느슨한 태도를 용서하지 않는다. 특히 책임을 짊어진 인생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장학금 기부한 후 환하게 웃는 필자(좌측 세번째)
인생은 결국 세 개의 문장으로 수렴된다.
아모르 파티(Amor Fati) - 주어진 운명을 사랑하라.
카르페 디엠(Carpe Diem) - 오늘을 붙잡아라.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 죽음을 기억하라.
이 세 문장은 위로가 아니라 명령이다. 나에게 휴식은 없다. 멈추는 순간, 스스로를 배반하게 된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도 묵묵히 앞으로 나아간다.
잘 산다는 것은 편안함이 아니라, 끝까지 자신에게 책임지는 태도다. 그리고 그 길은 언제나 외롭지만, 가장 정직한 길이기도 하다.
(본 칼럼은 필자의 개인 의견이며, 조중동e뉴스는 다양한 의견을 존중합니다. 본 칼럼이 열린 논의와 건전한 토론의 장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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