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먼 길을 함께 동행하고자하는 필자(좌측 두번째)
- 이제는 말보다 마음을 보는 눈이 필요하다
살다 보면 가장 가까이서 웃으며 다가오던 사람이 가장 깊은 상처를 남기는 순간을 맞이하곤 한다. 늘 좋은 말만 건네고, 과도할 만큼 예의를 갖추던 이들이 결정적인 순간에 등을 돌릴 때, 우리는 인간관계의 아이러니를 마주하게 된다. 겉으로는 부드러웠지만 속으로는 계산적이었던 사람들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결국 치명적인 고통으로 돌아오는 경험. 이것이야말로 인생이 주는 잔혹한 교훈이 아닌가.
반대로 우리를 불편하게 했던 사람들이 있다. 때로는 귀를 찌르는 듯한 쓴소리를 아끼지 않고, 차갑게 현실을 직시하게 만들었던 이들. 그 순간에는 서운함이 앞섰지만 지나고 보니 그들의 말이야말로 진심이었고, 그들의 태도가 결국 나를 지켜낸 힘이었다. 상처를 주기 위해 던진 말이 아니라, 함께 더 나은 길을 가기 위해 감당해야 했던 조언이었음을 뒤늦게 깨닫게 된다.
본지 조중동 e뉴스 김명수 발행인과 힘차게 화이팅을 외치는 필자
공직에서든, 사회에서든 비슷한 현상을 우리는 수없이 본다. 능력이 뛰어나고, 원칙과 정의를 말하던 사람들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뒤로 밀리는 반면, 겸손한 척하며 아부를 능숙하게 구사하던 이들이 조직에서 더 빠르게 성공하는 모습을 본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능력보다 ‘분위기’, 진실보다 ‘이미지’, 실력보다 ‘관계’가 더 큰 힘을 발휘하는 현실은 종종 허탈함을 낳는다.
하지만 여기에는 인간이 가진 본능적 심리가 숨어 있다. 조직은 불편한 진실보다는 편안한 칭찬을 선호하고, 리더는 솔직한 비판보다 자신을 높여주는 말을 더 쉽게 받아들인다. 결국 직선보다 곡선을 잘 그리는 사람이, 진실을 직언하는 사람보다 빈틈을 채워주는 사람이 유리한 구조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진짜 실력과 진심은 반드시 드러난다. 빛나는 말로 가까워진 사람보다, 묵묵히 바른 말을 하던 사람이 더 오래 남는다. 아부로 얻은 자리는 쉽게 흔들리지만 진정성으로 쌓은 신뢰는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인생의 무게가 깊어질수록 우리는 결국 사람이 아니라 ‘말의 진심’을 보게 된다.
가장 달콤한 말이 가장 독이 될 때가 있고, 가장 따가운 말이 가장 깊은 약이 될 때도 있다. 그래서 이제는 어느 말보다 마음을 보는 눈이 필요하다. 나에게 상처를 주어서가 아니라 나를 바로 세우기 위해 불편함을 감수하는 사람, 내 앞에서만 웃는 것이 아니라 내 뒤에서도 같은 마음을 지켜주는 사람. 그런 이들이야말로 인생의 먼 길을 함께 걸어도 되는 진짜 동행이다.
아부와 배신을 거쳐온 경험은 우리를 단단하게 만든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우리는 배운다. 화려한 언어가 아니라 묵직한 진심을, 순간의 성공이 아니라 오래가는 신뢰를.
결국 인생은 말의 화려함이 아니라 마음의 무게로 평가받는다. 그리고 그 무게를 헤아릴 줄 아는 사람이 진짜 어른으로 성장한다.
조영노 동일전력ㆍ이앤틱스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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