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기 의원


정치인의 언어는 때로 현실과 동떨어져 그들만의 리그에서 공허하게 맴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윤리심판원으로부터 최고 수위 징계인 ‘제명’ 처분을 받은 김병기 의원이 즉각 ‘재심’ 카드를 꺼내 들었다.

13건에 달하는 비위 의혹이라는 전무후무한 성적표를 받아 들고도 “억울하다”며 끝까지 가겠다는 그의 행보는, 보는 이들로 하여금 깊은 회의감을 자아낸다. 묻고 싶다. 정말 국민을 바보로 아는 것인가.

- 징계 시계 멈추려는 ‘꼼수 재심’

윤리심판원이 밝힌 제명 사유는 구체적이고 엄중하다. 쿠팡 측으로부터 받은 고가 식사 접대, 대한항공 호텔 숙박권 수수 등 징계 시효가 남은 명백한 사실들이 징계의 근거가 됐다. 여기에 공천 헌금 수수 의혹과 자녀의 취업·편입 개입 의혹까지 더해지면, 이는 단순한 개인의 일탈을 넘어 공직자로서의 윤리적 파산 선고와 다름없다.

이런 상황에서 김 의원이 꺼낸 ‘재심 청구’는 진실 규명을 위한 절차라기보다, 당장 닥친 제명 절차를 지연시키기 위한 ‘시간 벌기’용 꼼수로 비칠 수밖에 없다. 재심이 청구되는 순간, 최고위원회 보고와 의원총회 제명 표결이라는 확정 절차는 멈춰 서기 때문이다.

- ‘억울함’ 뒤에 숨은 책임 회피

김 의원은 SNS를 통해 “한 달만 기다려달라는 요청이 그렇게 어려웠나”라며 당의 결정을 “잔인하다”고 표현했다. 하지만 잔인한 것은 당이 아니라, 쏟아지는 의혹 앞에서도 공인의 책무를 저버린 본인의 태도다. 당 지도부가 ‘정권에 부담을 주지 말고 스스로 결단하라’는 식의 퇴로를 열어주었음에도, 그는 끝내 기득권의 외투를 벗지 않겠다는 고집을 부리고 있다.

국민이 분노하는 지점은 바로 이런 것이다. 의혹의 진위는 수사기관이 밝히겠지만, 공당의 국회의원으로서 최소한의 도의적 책임을 지는 모습은 어디에도 없다. 사실이 아니라면 법정에서 가릴 일이지, 당의 윤리적 판단까지 무력화하며 당 전체를 방탄의 수단으로 삼으려는 태도는 지지자들조차 고개를 돌리게 만든다.

- 民心은 ‘재심’보다 ‘사퇴’

정치는 결과로 말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과정에서의 태도로 평가받기도 한다. 13가지 의혹이라는 거대한 산 앞에서 “무고함이 밝혀질 것”이라는 반복된 주장은 이제 국민들에게 소음으로 들릴 뿐이다. 국민은 정치인이 억울함을 호소하는 무대가 아니라, 잘못에 대해 책임지는 뒷모습을 보고 싶어 한다.

김병기 의원이 진정으로 명예를 회복하고 싶다면, 절차적 꼼수 뒤에 숨어 당과 국민을 피로하게 만들 것이 아니라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수사에 임하는 것이 순리다.

“국민을 바보로 아는가”라는 싸늘한 비판은, 지금 김 의원이 가고 있는 길이 민심의 흐름과 정반대임을 가리키는 엄중한 경고다. 재심 청구라는 이름의 오만은 결국 더 큰 심판으로 돌아올 뿐이다.

김창권 大記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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