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덮힌 비에이·후라노의 광활한 자연이 만들어낸 균형


여행지는 대개 ‘무엇을 볼 것인가’로 선택된다. 그러나 홋카이도 비에이는 달랐다. 이곳은 풍경을 소비하는 장소가 아니라, 사람에게 머무는 방식을 되묻는 곳이었다. 하얀 눈 덮인 들판은 말을 걸지 않았고, 자작나무 숲은 설명을 요구하지 않았다. 다만 조용히 그 자리에 있을 뿐이었다. 그 담담함이 오히려 깊게 스며들었다.

사진을 찍는 행위보다 잠시 멈춰 서는 일이 먼저가 되는 비에이역 전경


이번 삿포로 여행의 목적은 명확했다. ‘눈’이 아니라 ‘쉼’. 화려한 설경보다 필요한 것은 속도를 늦출 수 있는 공간이었다. 삿포로의 단정한 도시 풍경과 비에이·후라노의 광활한 자연이 만들어낸 균형은, 복잡한 일상에서 한 발 물러서기 위한 선택으로서 더없이 정확했다. 도시와 자연 사이의 긴장은 없었고, 오히려 서로를 보완하며 여행자의 호흡을 안정시켰다.

크리스마스 트리는 화려한 장식 대신 고요함으로 기억에 남았다


비에이의 패치워크로드에 서 있는 세븐스타 나무와 이레 나무는 관광 명소라기보다 하나의 ‘존재’였다. 과시하지 않고, 설명하지도 않지만 각자의 무게로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 앞에 서 있으면 사진을 찍는 행위보다 잠시 멈춰 서는 일이 먼저가 된다.

준페이에서의 따뜻한 한 끼는 단순한 식사가 아니었다. 차가운 공기 속에서 몸과 마음을 동시에 풀어주는 작은 위로였다.

탁신관에서는 사진보다 중요한 것이 장면을 담는 법이 아니라, 장면을 대하는 태도였다


크리스마스 트리는 화려한 장식 대신 고요함으로 기억에 남았다. 빛보다 침묵이 더 깊은 인상을 남긴다는 사실을, 그 나무는 말없이 증명하고 있었다.

탁신관에서는 사진보다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배웠다. 좋은 장면을 담는 법이 아니라, 장면을 대하는 태도였다.

사계채 언덕에서의 눈썰매는 잠시 어른이라는 역할을 내려놓고 어린이가 되어 즐거움을 만끽했다.

사계채 언덕에서의 눈썰매


흰수염 폭포 앞에서는 굳이 이유를 찾지 않아도 이 여행이 왜 필요했는지를 스스로 납득하게 되었다.

여행이 왜 필요했는지를 스스로 납득하게 만드는 흰수염폭포


이번 비에이 여행이 더욱 인상 깊었던 이유는 인디고트래블의 태도에 있었다. 이 투어는 ‘보여주려’ 하지 않았고, 결코 서두르지 않았다. 사진을 찍을 시간과 그냥 바라볼 여유를 모두 허락했다. 일정은 있었지만 강요는 없었고, 설명은 있었지만 과장은 없었다. 그 덕분에 여행자는 손님이 아니라 동행자가 되었다. 풍경 앞에서 앞서가지도, 뒤에서 재촉하지도 않았다. 필요한 만큼만 안내하고, 나머지는 여행자에게 맡겼다. 그 절제된 배려가 여행의 완성도를 높였다. 처음 비에이를 찾는 이에게도, 다시 비에이를 찾는 이에게도 이 투어는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무엇을 봤는지가 아니라, 어떻게 머물렀는지가 오래 남는 여행이었기 때문이다.

자작나무 숲에서 무엇을 봤는지가 아니라, 어떻게 머물렀는지를 생각하는 필자


비에이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을 것이다. 눈이 녹아도, 계절이 바뀌어도. 그러나 그곳에서 배운 ‘머무는 법’을 기억하는 사람에게, 이 여행은 쉽게 끝나지 않는다. 그것이 비에이가 가진 가장 큰 힘이다.

홋카이도 비에이


조중동e뉴스 발행인겸 필자 김명수 박사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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