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의 핵심 원리인 '견제와 균형'이 중대한 시험대에 올랐다.
최근 정부가 추진 중인 수사 구조 개편안의 핵심은 검찰의 직접 수사권을 폐지하고 이를 신설될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으로 이관하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 '소속'이다. 중수청이 행정안전부 산하로 배치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이미 경찰청을 관할하는 행안부가 국가의 모든 수사력을 손에 쥐는 '슈퍼 부처'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 '치안'과 '수사'의 위험한 동거
과거 우리 현대사에서 내무부(현 행정안전부) 산하 치안본부는 정권의 손발이 되어 민주주의를 억압했던 아픈 기억이 있다.
1991년 경찰청이 독립 외청으로 나간 이유는 '정치적 중립'을 위해서였다. 그러나 이번 개편안은 사실상 과거로의 회귀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행안부 산하에 경찰(일반 범죄)과 중수청(부패·경제 등 중대 범죄)이 나란히 놓이게 되면, 행안부 장관은 대한민국 거의 모든 수사 인력과 정보를 한눈에 파악하고 통제할 수 있게 된다. 이는 권력의 분산이 아니라 '권력의 재집중'에 가깝다.
- '장관의 지휘권'이라는 양날의 검
논란의 정점은 행안부 장관에게 부여될 '수사 지휘권'에 있다.
정부는 수사기관의 독주를 막기 위한 '민주적 통제'라고 주장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행안부 장관은 대통령이 임명하는 가장 대표적인 정치적 정무직이다.
장관이 중수청에 대해 인사권, 예산권에 더해 지휘권까지 행사하게 된다면, 살아있는 권력을 향한 수사가 과연 공정하게 이루어질 수 있을까?
수사기관이 국민의 안위가 아닌 정권의 안위를 먼저 살피는 '공안 통치'의 도구로 전락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 견제 없는 권력은 반드시 부패
검찰의 과도한 권력을 분산하겠다는 '검찰 개혁'의 취지에는 많은 국민이 공감했다. 하지만 그 대안이 또 다른 거대 권력의 탄생이라면 그것은 개혁의 본질에서 벗어난 것이다.
중수청의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소속을 제3의 기구로 두거나, 인사 추천권을 중립적인 위원회에 부여하는 등의 강력한 안전장치가 필요하다. 한 부처가 정보, 치안, 수사를 모두 독점하지 못하도록 권한을 더 세밀하게 쪼개고 상호 감시하게 만들어야 한다.
- '민주적 통제'와 '정치적 종속' 사이에서
지금의 논의는 자칫 '검찰 독점'을 '행정부 독점'으로 치환하는 위험한 도박이 될 수 있다. 권력기관 개편의 목적은 '누가 더 힘을 갖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권력이 남용되지 않느냐'에 맞춰져야 한다.
행안부가 수사기관을 한손에 쥐는 모델이 강행된다면, 우리 사회는 권력기관의 중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보냈던 지난 수십 년의 시간을 역행하게 될지도 모른다.
지금 필요한 것은 권력의 비대화가 아니라, 그 권력을 어떻게 시민의 통제 아래 둘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省察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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