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民심은 이미 등을 돌렸다
정치권에서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는 말은 보통 두 가지 상황에서 쓰인다. 진심으로 과오를 뉘우치며 고개를 숙일 때거나, 혹은 도저히 변명조차 불가능할 정도로 명백한 치부가 드러났을 때다. 하지만 지금 김병기 의원과 그 가족을 둘러싼 의혹의 홍수를 보고 있노라면, 국민들은 전자보다는 후자의 참담함을 먼저 느낀다.
- 권력을 家業으로 착각
최근 수면 위로 떠오른 의혹들은 단순히 한 정치인의 일탈을 넘어선다. 장남의 국정원 정보 유설 의혹부터 차남의 취업 및 편입 청탁, 배우자의 법인카드 유용 논란까지, 제기된 사안들 하나하나가 공적 권력을 사유화한 '가족형 비리'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국정원 출신으로서 정보기관의 기강을 강조해 왔던 그가, 오히려 보좌진을 동원해 장남의 업무를 돕거나 내부 정보를 캐내려 했다는 의혹은 그가 내세웠던 '전문성'과 '개혁'의 가치를 스스로 부정하는 꼴이다.
보좌진을 가족의 의전과 사적 심부름에 동원했다는 폭로 역시, 국회의원실을 국가 기관이 아닌 '家族의 집사 부대'로 여긴 권위주의적 발상의 산물이다.
- '시스템 공천'의 탈을 쓴 '공천 헌금' 의혹
가장 뼈아픈 대목은 정치적 명줄과 직결된 공천 헌금 의혹이다. 동작구 지역 정치인들로부터 공천을 대가로 금품을 수수했다는 혐의는 민주당이 그토록 강조해 온 '시스템 공천'의 공정성을 뿌리째 흔들고 있다. 만약 이 의혹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이는 단순한 개인 비리를 넘어 당의 도덕적 근간을 무너뜨리는 치명타가 될 것이다.
- '법적 방어'가 아닌 '정치적 책임'
김 의원은 여전히 "사실무근"을 주장하며 정면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법정에서 유무죄를 다투는 것은 시민의 권리다. 그러나 정치인의 책임은 법전 너머에 있다. 당 지도부가 윤리심판원을 소집하고 당내에서조차 자진 탈당 요구가 거세지는 이유는, 그가 진실을 말하고 있어서가 아니라 이미 정치적 신뢰를 상실했기 때문이다.
수사 대상만 10여 건이 넘는 상황에서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는 말은 비겁한 회피가 아니라,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여야 한다.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기 위해 휘두르는 칼날이 결국 자신이 몸담은 당과 지지자들의 가슴을 찌르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권력의 무게는 그 권력을 사적으로 휘둘렀을 때 반드시 그 이상의 무게로 되돌아오기 마련이다.
김 의원이 과연 이 거센 폭풍우 속에서 끝까지 '법적 결백'만을 외치며 버틸 수 있을지, 아니면 민심의 매서운 심판 앞에 무릎을 꿇을지 국민들은 냉철하게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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