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당공천제 폐지를 통해 진정한 지방자치의 회복을 말하다
지방자치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출발점이다. 주민의 삶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도로를 고치고, 아이들의 학교를 살피며, 노인의 복지와 지역의 안전을 논의하는 제도가 바로 지방자치다. 그렇다면 이 가장 생활밀착적인 정치의 공간에, 과연 중앙정치의 논리와 이해관계가 그대로 투영되는 정당공천제는 필수적인 장치일까?
현실을 직시해보자. 시·도의원 공천 과정에서 당해 지역구 국회의원의 영향력이 막강하다는 사실은 정치권 안팎에서 공공연히 회자된다. 여야를 막론하고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구조 속에서, 공천권은 정치적 권력이 되었고, 그 권력은 때로는 금권과 결합할 수 있는 유혹의 통로가 되어왔다. 물론 모든 정치인을 매도할 수는 없다. 그러나 비리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방치한 채 개인의 도덕성만을 기대하는 것은 책임 있는 정치의 태도가 아니다.
문제의 본질은 명확하다. 지방의회가 주민을 대표하는 기관이 아니라, 정당과 국회의원의 영향력 아래 놓인 하부 조직처럼 기능하게 되는 구조 자체에 있다. 지방자치단체장, 기초의원, 광역의원은 국가의 거대 담론이나 이념 대결을 수행하기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이들의 역할은 오직 하나, 지역 주민의 삶을 개선하는 것이다. 그런데 현실의 지방의회에서는 중앙당의 당론이 우선되고, 국회의원의 눈치를 보며, 다음 공천을 걱정하는 정치가 반복된다. 그 결과, 주민의 민원보다 당의 이해가 앞서고, 지역의 필요보다 정치적 유불리가 먼저 고려된다.
묻지 않을 수 없다. 지자체 의정활동에 정당이 왜 필요한가?
정당은 국가 운영의 방향을 두고 경쟁하는 조직이다. 외교, 국방, 거시경제, 이념과 가치의 선택에서 정당은 분명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쓰레기 처리 문제, 주차장 하나를 어디에 만들 것인지, 노인복지관 운영 예산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는 정당 간 이념 대결의 대상이 아니다. 오히려 정당이라는 필터가 끼어들수록 문제 해결은 늦어지고, 책임 소재는 흐려진다.
그동안 정당공천제는 지방정치를 주민의 정치가 아닌 권력의 정치로 변질시켜왔다. 공천을 받기 위해 줄을 서게 만들고, 줄을 서기 위해 힘 있는 사람에게 의존하게 하며, 그 과정에서 불투명한 거래와 부패의 가능성을 키워왔다. 이것이 반복되다 보니 정치 혐오는 깊어지고, 유능한 시민들은 정치의 문턱 앞에서 발길을 돌린다.
이제 결단이 필요하다. 지방자치단체장, 기초 시·군의원, 광역 도의원에 대한 정당공천제를 과감히 폐지해야 한다. 후보자는 정당의 간판이 아니라, 자신의 경력과 정책, 지역에 대한 헌신으로 주민 앞에 서야 한다. 주민은 당 색깔이 아니라, 사람을 보고 선택해야 한다.
정당공천제 폐지는 정치의 혼란이 아니라, 정치의 정상화다
부패를 예방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처벌을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부패가 자라날 토양을 제거하는 것이다. 지방자치를 지방자치답게 돌려놓는 것, 그것이 바로 민주주의를 한 단계 성숙시키는 길이다.
풀뿌리는 위에서 관리될 때가 아니라, 스스로 자생적으로 자랄 때 가장 건강하다. 이제는 지방의회에서 정당의 깃발을 내려야 할 때다. 그 자리에 주민의 이름을, 지역의 얼굴을, 책임의 정치를 세워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지방자치이며, 우리가 다음 세대에 물려주어야 할 민주주의의 참모습이다.
발행인겸 필자 김명수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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