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치는 지금 거울 앞에 서 있다. 그 거울은 출애굽기 제33장이며, 또 하나는 율곡 이이의 심성철학이다. 이 두 전혀 다른 시대의 텍스트는 한목소리로 말한다. “지도자가 자기 자신을 심판하지 않는 공동체는 하나님조차 떠난다.”

오늘 한국 정치의 초상

출애굽기 제33장은 충격적인 선언으로 시작된다. “나는 너희와 함께 올라가지 않겠다.” 교만과 불순종, 분열에 빠진 공동체에게 내려진 준엄한 경고다.

오늘 한국 정치를 돌아보면, 이 구절은 마치 우리의 시대를 향해 쓰인 것처럼 생생하다. 정책보다 진영이 우선이고, 진실보다 팬덤의 환호가 더 큰 힘을 가진 정치. 율곡이 말한 충(忠)의 마음을 비워 진실을 듣는 ‘허령(虛靈)’의 태도는 이미 오래전에 사라졌다. 우리는 듣지 않는 정치, 성찰하지 않는 지도층이 얼마나 빨리 공동체를 침몰시키는지 날마다 목격하고 있다. 위기는 제도에서 오지 않는다. 지도자의 오만은 언제나 국가의 가장 큰 리스크다.

“장신구를 떼어던지라” 한국 정치가 가장 먼저 내려놓아야 할 것들

백성들이 금장식과 치장을 내려놓는 장면은 단순한 회개의 제스처가 아니다. 이는 허영, 자기과시, 우상화를 버리라는 상징적 명령이다. 오늘 정치의 장신구는 무엇인가. 팬덤정치, 적대의 언어, 검증되지 않은 확신, 상대를 향한 조롱과 혐오 등으로
율곡의 서(恕)로서 타인을 내 자리에서 바라보는 배려는 이미 실종되었다. 정치권에서 타인의 고통은 문제 해결의 대상이 아니라, 선거 전략의 무기가 되어버렸다. 그리하여 타자윤리는 사라지고, 정치의 실존적 책임은 공허한 말잔치로 전락했다. 한국 정치를 가로막는 최대 장애물은 능력 부족이 아니라 ‘허영의 집단화’다.

지도자는 진영 바깥으로 나와야 한다

모세가 회막을 ‘진영 밖’에 세운 이유는 분명하다. 지도자는 자기 진영의 환호로부터 벗어나야 비로소 진실에 닿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 정치인은 대부분 ‘진 안’에 머문다. 당의 이익을 떠나지 못하고, 팬덤의 눈치를 보고, 내부 결속을 위해 외부의 절규를 외면한다. 율곡의 신(信)으로 백성과 함께 걷는 ‘동행의 정치’는 설 자리를 잃었다.

지도층이 자기보존의 전쟁에 몰두하는 동안, 국민은 갈라지고 피로가 누적된다. 오늘 우리가 잃은 것은 기술적 역량이 아니라, 공동체와의 신뢰라는 마지막 뿌리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정책이 아니라 “내 탓이요”라는 실존적 각성이다

성경도, 율곡도, 그리고 수많은 역사도 말한다. 지도자가 먼저 무릎을 꿇어야 공동체가 일어난다. 위기의 근원은 경제가 아니다. 제도도 아니다. 지도층의 실존적 무감각, 즉 ‘내 탓’이라는 말을 잃어버린 정치적 영혼의 상실이 문제다. 오늘 한국 정치에 가장 부족한 것은 새로운 정책이 아니라 책임의 귀환이다. 누군가의 탓을 떠넘기는 정치로는 어떤 미래도 열리지 않는다. 공동체는 지도자가 가장 먼저 자기의 한계와 오만을 인정할 때, 비로소 다시 길을 찾는다.

역사는 지금 한국 정치에 최후통첩을 보내고 있다

출애굽기의 공동체가 직면한 위기와, 율곡이 경고한 지도자의 도덕적 각성은 오늘 우리에게 강력한 메시지를 던진다 “지도자는 먼저 변해야 한다.”
이 단순하지만 위대한 진실을 외면하는 한 하나님도, 국민도, 그리고 역사의 심판도 우리 편에 서지 않는다.

한국 정치가 다시 길을 찾기 위한 첫 걸음은 상대를 향한 비난이 아니라 각자의 마음 깊은 곳에서 울려 나오는 “내 탓이요” 한마디다. 그 한마디가 한국 정치의 가장 강력한 개혁이 될 것이다.

발행인겸 필자 김명수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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