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를 내려놓고, 국가가 숨을 고르는 아침
국가는 때로 공간의 선택으로 기억된다.
어디에서 일하느냐는 단순한 주소가 아니라, 그 시기의 호흡과 태도를 말해주기 때문이다.
오늘, 우리는 한 공간을 떠난다.
그곳에는 유난히 많은 소음이 남아 있었다.
위기의 순간마다 동선이 먼저 떠올랐고, 설명은 늘 뒤따랐다.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기 전에, 국민은 오래도록 불안과 상실을 견뎌야 했다.
이제 국가는 그 기억을 조용히 내려놓는다.
이것은 승리의 선언도, 과거를 겨누는 정치적 손짓도 아니다.
그저 “다시 잘해보자”는, 국가가 스스로에게 건네는 낮은 다짐에 가깝다.
다시 들어서는 자리는, 설명보다 침묵이 어울리는 곳이다.
높은 담장보다 질서와 준비가 먼저 떠오르는 공간.
누군가의 이름보다 일의 흐름이 앞서는 자리.
국민이 기대하는 것은 상징이 아니라, 안전과 일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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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 (서울=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26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위험직무 순직 유가족 초청 오찬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이날 오찬에는 경찰·소방·군인·군무원 및 공무수행 순직자 가족 등이 참석했다. 2025.12.26 [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우리는 알고 있다.
공간이 모든 것을 바꾸지는 못한다는 것을.
그러나 공간은 태도를 바꾸고, 태도는 결국 결과를 만든다는 것도 안다.
그래서 오늘의 이동은 과장되지 않아야 하고, 말은 절제되어야 한다.
국가가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과거를 덮지 말되, 상처를 붙들고 살지도 않는 것.
설명보다 준비로, 선언보다 실행으로 국민의 하루를 지키는 것이다.
이 아침, 우리는 묻지 않는다.
왜 떠났는지보다, 무엇을 더 잘할 것인지를 본다.
부디 이 자리에서 시작되는 모든 일들이
조금 더 차분하게, 조금 더 안전하게, 그리고 사람 쪽으로 흘러가기를 바란다.
국가도 가끔은 숨을 고를 자격이 있다.
오늘의 이동이 그 첫 호흡이 되기를—
국민은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성공을 기원한다.
팩트로 세상을 읽고, 제도로 사회를 바꾼다. — 조중동e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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