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중년의 민낯 담아낸 秀作
최근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한 드라마의 제목은 지극히 역설적이다.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 이 다섯 글자 단어들이 조합된 순간, 우리는 주인공이 '성공한 기성세대'의 상징일 것이라 짐작한다. 수많은 경쟁을 뚫고 대기업 부장 자리에 올랐고, 모두의 로망인 서울에 내 집 한 칸을 마련한 인물. 적어도 대한민국 사회에서, 그는 '노후 대비'와 '경제적 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드라마는 이 견고해 보이는 城이 얼마나 위태로운지를 생생하게 보여주었다.
김 부장의 어깨에 드리운 그림자는 희망퇴직이라는 칼날이다. 서울 자가와 대기업 명함은 '인생 면죄부'가 아니었다. 오히려 그 타이틀이 그에게 지우는 무게는 더 무겁다.
'부장'이라는 직책은 언제 잘려도 이상하지 않은 정글의 위치가 되었고, '서울 자가'라는 자산은 높은 유지비와 자녀 교육이라는 족쇄가 되어 그를 짓누른다.
- 희망퇴직의 어두운 그림자
이 드라마의 가장 큰 미덕은 '불안의 역설'을 정면으로 다뤘다는 점이다. 우리는 흔히 가장 불안한 존재로 20대 취준생이나 30대 비정규직을 떠올린다. 하지만 드라마는 50대 대기업 부장이 겪는 불안이야말로 한국 사회가 낳은 구조적 불안정성의 정점임을 명확하게 깨닫게 한다. 그는 치열하게 경쟁했고, 사회가 요구하는 성공의 공식을 충실히 따랐지만, 결국 시스템 자체가 그를 배신한다.
시청자들은 김 부장에게서 짠한 '나' 또는 '아버지'의 모습을 발견한다. 2030세대는 '저렇게 성공한 사람도 저러한데 나는 어쩌나' 하는 미래 불안을, 4050세대는 '나도 언제든지 저렇게 될 수 있다'는 현실 공포를 느낀다. 이는 단순한 신파극이 아니라, IMF 이후 고착된 고용 불안정 시대를 살아가는 전 세대의 공통된 정서를 건드린 것이다.
- '수고했어, 김 부장'에게 건네는 위로
드라마가 호평받은 결정적인 순간은 김 부장이 모든 것을 내려놓았을 때다. '서울 자가'와 '대기업 부장'이라는 사회적 가면을 벗고, 그저 한 가정의 가장이자, 삶의 다음 챕터를 고민하는 인간 김낙수로 돌아왔을 때, 비로소 시청자들은 자기도 모르게 눈물을 흘린다. 특히 아내 박하진이 건넨 "수고했어, 김 부장"이라는 위로는 한국 사회의 중년들에게 가장 필요한 메시지였다.
한국 사회는 늘 결과와 성과로 개인을 평가해왔다. 그러나 이 드라마는 '과정의 성실함'과 '인간으로서의 존재' 자체를 위로하며, 우리 사회가 놓치고 있던 진정한 가치를 조명한다. 김 부장의 쓸쓸한 어깨는 단지 한 남자의 어깨가 아니다. 이 땅의 모든 중년이 짊어진 세대적 무게다.
분명, 이 드라마는 그 무게를 잠시 내려놓아도 괜찮다고, 당신의 성실한 삶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웠다고 따뜻하게 이야기해주는, 가장 현실적이면서도 가장 위로가 되는 시대의 초상화로 남을 것이다.
김창권 大記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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