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은 세계에 자랑할 보물…한글 뮤지엄 건립해 가치 전할 것"
김경화 뉴욕 한글 뮤지엄 추진위원장…"한글로 세계와 소통"

한글은 AI 시대에 가장 적합한 언어…"글로벌 교육 새 지평 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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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화 뉴욕 한글 뮤지엄 추진위원장 (서울=연합뉴스) 박현수 기자 = 10일 오후 연합뉴스와 인터뷰하는 김경화 뉴욕 한글 뮤지엄 추진위원장. 2025. 11. 10. phyeonsoo@yna.co.kr

(서울=연합뉴스) 박현수 기자 = "한글은 세계에 자랑할 우리의 보물입니다. 뉴욕 한글 뮤지엄으로 그 가치를 전하겠습니다."

미국 뉴욕에 한글 뮤지엄 건립을 이끄는 김경화(67) 추진위원장은 10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한글의 과학적 우수성과 한국 문화의 자긍심을 세계에 전파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9월 15일 발족한 추진위원회는 김 위원장을 필두로 김슬옹 세종국어문화원장, 최홍식 세종대왕기념사업회장, 황종환 전 한국지식재산관리재단 이사장, 손희정 스토니브룩대 교수 등 12명의 전문가가 힘을 모았다.

한글 뮤지엄은 단순한 전시공간이 아니라, 공연·기획전·교육 프로그램이 결합된 복합 문화공간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김 위원장은 "맨해튼에 자체 건물을 확보하는 게 목표지만, 큰 자금이 필요한 만큼, 재외동포 풀뿌리 모금으로 초기 기금을 마련하고, 한국 정부의 지원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재외동포 아이들이 한글을 통해 정체성을 찾고, 뉴요커들이 한국 문화를 이해하는 공간이 될 거예요. 한글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누가, 언제, 왜 만들었는지 정확히 기록된 문자입니다. 뉴욕 한인 사회의 자긍심을 높이고, 다문화주의를 풍요롭게 할 공간을 만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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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동포 간담회서 이재명 대통령과 함께한 김 위원장 (서울=연합뉴스) 지난 9월 22일(현지시간) 뉴욕의 한 호텔에서 열린 동포간담회에서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한 이재명 대통령 내외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은 김경화(뒷줄 왼쪽서 6번째) 위원장. [김경화 위원장 제공]

김 위원장은 뉴욕공공도서관과도 한글 교육 및 한국문화 체험 프로그램 운영을 논의하며, 훈민정음 반포 579돌을 기념해 579명의 창립회원을 모집하는 캠페인을 시작했다. 웹사이트를 통해 접수된 응원 메시지에는 '아이들과 함께 박물관을 방문하고 싶다'는 바람과 '한글의 우수성을 외국인에게 알리고 싶다'는 열망이 담겼다.

한글 뮤지엄 프로젝트는 김 위원장의 오랜 교육 및 봉사 경험이 바탕이 됐다. 1977년 미국으로 이주한 그는 1999년 뉴저지주에서 한인 여성 최초로 교육위원에 당선되며 역사를 썼다. 이후 15년간 5선 교육위원으로 활동하며 한인 차세대를 비롯한 뉴저지주 학생들을 위한 교육 환경 개선에 힘썼다.

특히 2001년 유치원 종일반 도입을 놓고 교육위원회 투표가 3대3으로 팽팽했을 때, 그의 캐스팅 보트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워킹맘들의 고충을 알았기에 종일반 찬성표를 던졌어요. 그 결정으로 많은 부모가 지지를 보내줬죠." 그의 교육관은 백인 주민들로부터도 찬사를 받으며 다선 기록을 세웠다.

교육위원 활동을 통해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김 위원장은 2005년 비영리 단체 '함께하는 교육'(JEWEL)을 설립했다. 동서양 교육의 다리 역할을 목표로 그는 "미국은 동네마다 교육 시스템이 다르다"며 한인 학부모들이 낯선 환경에서 외로움을 느끼지 않도록 정보를 공유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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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학회·세종대왕기념사업회장과 함께한 김 위원장 (서울=연합뉴스) 김경화(가운데) 위원장이 최근 한글학회에서 김주원(왼쪽) 회장과 최홍식 세종대왕기념사업회장을 만나 뉴욕 한글 뮤지엄 건립과 관련해 협의했다. 이들은 한글은 AI 시대에 가장 적합한 언어라는 데 뜻을 같이했다. [김경화 위원장 제공]

JEWEL은 학부모 세미나를 통해 미국 학교 제도, 권익 등을 소개하며 한인 부모들의 적응을 도왔다. 또한 서울시 교육청과 협력해 4년간 매년 20명의 영어 교사를 뉴욕으로 파견, 실습 중심 연수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교실에서 직접 수업을 관찰하고 시범 수업을 하는 프로그램이었죠. 교사들이 실질적인 경험을 쌓았어요."

JEWEL 활동을 넘어 김 위원장은 2019년 뉴욕한인회 최초의 여성 수석부회장으로 활동하며 한인 사회의 위상을 높였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한인사회 취약계층을 위해 150만 달러 상당의 음식 티켓을 배포하며 지역 사회에 기여했다. "한인 1.5세, 2세 네트워크를 활용해 자금을 모았어요. 뉴욕 주지사와 뉴욕시장, 상원의원 등이 행사에 참여하며 힘을 보탰죠."

이러한 한인 사회 리더십 경험은 국제적 무대로 이어졌다. 지난 7일 대구 수성 AI 미래교육포럼에 연사로 초청받아 한국을 방문한 그는 AI를 활용한 한미 양국 학교 간 새로운 파트너십 비전을 제시했다. "AI는 교사들이 프로젝트를 공동으로 진행하고 커리큘럼을 공유하는 데 큰 도움을 줄 거예요. 단순한 시연이지만, 글로벌 교류의 새 방향을 보여주고 싶어요."

또한 국내 AI 설루션 회사와 협력해 전 세계 한국어 학습자를 위한 교수법 개발에 나섰다. 그는 "집에서 한국어를 사용하지 않는 비한국계 학습자를 위한 AI 기반 학습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 정규학교에 한국어를 정규과목으로 개설하는 일에도 힘쓰고 있다. 그는 "미국에서 한국어는 이제 제2 외국어가 아닌 세계어로 불린다"며 K-팝과 한류에 힘입어 한국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현지 한국어 교사 양성도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뉴저지주 교육위원, JEWEL 설립, 한인회 활동, 그리고 뉴욕 한글 뮤지엄까지, 한인 사회와 미국 주류 사회를 잇는 다리 역할을 이어가고 있다.

"넬슨 만델라가 말했듯, 교육은 세상을 바꾸는 가장 강력한 무기입니다. 뉴욕 한글 뮤지엄이 그 무기를 세계에 전파하는 첫걸음이 될 거예요. 뉴욕에서 출발해 한글과 한국문화로 세계를 연결하는 꿈을 꼭 이루고 싶습니다."

phyeons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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