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정한 부는 인간관계에서 온다
여의도 ‘한국의 밥상’에서 오랜만에 잔을 기울였다. 술잔이 오갈수록 시간은 자연스레 거슬러 올라갔다. 하루가 멀다 하고 형제처럼 어깨를 맞대던 그 시절, 계산 없는 신뢰와 이해로 이어졌던 인연들이 아스라이 되살아났다. 좋은 사람, 그리고 쉽게 닳지 않는 아름다운 인연은 세월이 흘러도 빛이 바래지 않는다.
누군가는 말한다. “일도 안 한다. 돈도 없다. 정치하러 갔다. 비난은 늘 단정적이고, 인생은 늘 그 반대다. 겉으로 보이는 결과만으로 삶을 재단하는 것은 쉽지만, 그 이면의 선택과 책임, 그리고 감당해야 했던 무게까지 이해하는 일은 어렵다. 그러나 인생은 반전의 연속이다. 최선을 다해 살아온 사람에게 두려움이란 애초에 설 자리가 없다.
돌이켜보면, 아쉬움이 남는 장면도 있다. 그 시절 KDB산업은행을 국제투자은행으로 민영화하는 데 성공했다면 어땠을까. 국내 금융의 울타리를 넘어, 세계 무대에서 경쟁하는 메가뱅크로 도약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조직 내부의 반대와 기득권의 저항은 결국 그 가능성을 좌절시켰다. 대한민국을 세계적인 금융강국으로 만들고자 했던 꿈은 그렇게 한여름 밤의 꿈처럼 사라졌다. 개인의 실패라기보다, 시대가 준비되지 못한 선택의 좌절이었다.
그러나 인생의 진짜 성패는 결과 하나로 결정되지 않는다. 富는 돈에서만 오지 않는다. 진정한 부는 인간관계에서 온다. 신뢰로 맺어진 인연, 대의를 함께 고민할 수 있는 동지, 어려울수록 등을 맡길 수 있는 사람이야말로 가장 큰 자산이다. 힘은 흩어질 때 약해지고, 하나로 모일 때 비로소 세상을 움직인다.
대의를 위해서는 참아야 할 때도 있다. 당장의 오해와 손해, 때로는 억울함까지도 감내해야 한다. 운이 부족했음을 남 탓으로 돌리지 않고 스스로 돌아보며 정진하는 사람만이 결국 다음 문 앞에 설 수 있다. 인생은 단거리 경주가 아니라, 끝을 알 수 없는 마라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옛말은 여전히 유효하다.
取小利者 必失大義 작은 이익에 집착하는 자는 결국 큰 뜻을 잃는다. 눈앞의 계산에 매달리면 역사는 손에서 빠져나가고, 순간의 편의에 타협하면 미래의 기회는 스스로 닫히고 만다. 반대로, 큰 뜻을 품고 사람을 남기는 선택을 한 이들은 비록 당장은 외롭고 느려 보여도 결국 더 넓은 길 위에 서게 된다.
여의도 한켠에서 마신 한 잔의 술은 과거를 추억하게 했지만, 동시에 현재와 미래를 다시 다잡게 했다. 인생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뜻을 품은 사람에게 무대는 언제나 다시 열린다.
좋은 사람과의 인연, 흔들리지 않는 대의, 그리고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향한 정진. 그것이 결국 인생을 반전시키는 힘이다.
조중동e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