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에게 '의혹'은 피할 수 없는 숙명과도 같지만, 그 의혹을 대하는 '태도'는 그 정치인의 미래를 결정짓는 가늠자가 된다.

지난 12월 30일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원내대표직을 내려놓으며 사실상 정치적 치명상을 입게 된 과정은, 초기 대응의 실패가 어떻게 한 정치인을 스스로 무너뜨리는지를 보여주는 전형적인 '정치적 자멸'의 기록이다.

- 고압적 태도, '소통' 대신 '호통'

김 의원을 향한 여론이 급격히 냉각된 시발점은 그가 마주한 의혹의 내용보다도, 의혹을 대하는 그의 '고압적인 태도'에 있었다. 취재진의 정당한 질문에 "상처에 소금을 뿌리느냐"며 불쾌감을 가감 없이 드러내거나,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일하는 언론을 적대시하는 모습에서 대중은 공직자로서의 겸허함 대신 선민의식에 젖은 권위주의를 그대로 목도했다.

정치권의 위기관리 기본 원칙은 '사실관계의 조기 정립'과 '낮은 자세의 소통'이다. 하지만 김 의원은 이 두 가지 모두를 놓쳤다.

사실 확인이 필요한 시점에 그는 감정 섞인 호통으로 일관했고, 이는 곧 "무언가 감출 것이 있는 게 아니냐"는 합리적 의심으로 이어졌다.

- 제보자 공격이라는 패착

대응 과정에서 나타난 또 다른 결정적 실책은 '메신저(제보자) 공격'이었다. 그는 자신을 향한 의혹 제기를 갈등 관계에 있던 전직 보좌진의 '보복성 폭로'나 '배후 세력의 음모'로 규정하며 사안의 본질을 흐리려 했다. 그러나 이는 惡手중의 최악수였다. 제보자의 의도와 상관없이, 이후 쏟아져 나온 구체적인 녹취록과 물증들은 김 의원의 해명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의혹을 제기한 사람의 인성을 비난한다고 해서, 드러난 비위 사실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내부 보좌진조차 등을 돌릴 정도로 조직 관리에 실패했다"는 또 다른 비판의 빌미만 제공했을 뿐이다.

- '골든타임'을 놓친 뒤늦은 사과

결국 김 의원은 10여 가지가 넘는 의혹이 통합 수사 대상에 오르고, 공천 관련 금품 수수 묵인 정황이 담긴 녹취가 공개된 뒤에야 사퇴를 선언했다. 하지만 이미 '골든타임'은 훨씬 지난 뒤였다. 그가 사퇴문에서 밝힌 "이유 불문 적절하지 못했다"는 사과는 진심 어린 반성이라기보다, 당의 압박과 사법적 위기를 회피하기 위한 궁여지책으로 여론에 비춰졌다.

초기에 선제적으로 유감을 표명하고 객관적인 조사를 요청했더라면, 사태가 이토록 파멸적인 수준까지 치닫지는 않았을 것이다. 정치적 자업자득, 그 이후 김병기 의원의 사례는 우리 정치권에 엄중한 경고를 던진다.

이제 대중은 정치인의 화려한 경력이나 배경이 아닌, 위기 상황에서 드러나는 투명성과 인성을 평가한다. 오만과 불통으로 점철된 초기 대응은 결국 자신을 향한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자업자득'이라는 평가는 김 의원 개인에게는 가혹할지 모르나, 권력을 쥔 자가 그 권력만큼의 책임감을 보여주지 못했을 때 치러야 할 당연한 대가다.

이제 남은 것은 사법적 심판이지만, 이미 무너진 정치적 신뢰를 회복하는 길은 요원해 보인다는게 여의도 정치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김창권 大記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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