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은 씁쓸하기만 하다
지난 11월 18일 국제투자분쟁(ISDS)에서 대한민국 정부가 론스타를 상대로 최종 승소하며 4천억 원의 배상금을 지켜냈다는 소식은 분명 환영할 만한 쾌거다.
20년 넘게 국민의 속을 끓여왔던 '론스타 먹튀' 논란이 마침내 종지부를 찍는 듯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기쁜 소식에 덧붙여 들려오는 여의도의 소음은 국민들을 또한번 씁쓸하게 만든다.
국익 수호의 순간마저 '누구의 치적'이냐를 다투는 '공치사 잔치'가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 승리 위에 덧칠된 '정치 셈법'
정부와 여당은 이번 승소를 '이재명 정부의 끈질긴 법적 대응과 결단'의 결과로 포장하려 애쓰고, 야당은 "2022년 항소당시 승소 가능성이 제로인 건을 가지고 국고를 축낼 것이냐는 비난을 했던 민주당이었다" 며 현 정부의 공로는 없다고 깎아내리고 있다. 심지어 승소의 핵심 이유가 '별건 판정문 채택'이라는 절차적 위반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양측은 각자의 정치 셈법에 맞춰 이 성과를 재단하는 데 여념이 없다.
국가적 난제 해결은 어느 한 정권의 전유물이 될 수 없다
론스타 사태는 수십 년에 걸쳐 여러 정권이 얽힌 복잡한 실타래였으며, 이번 승소 역시 과거 정부부터 이어진 실무진의 노고와 현 정부의 마지막 단계 대응이 합쳐진 결과라는 데 이의를 달 사람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성과를 당장 자신들의 정치적 자산으로 치환하려는 모습은, 국민의 눈에는 국익보다 당리당략을 우선시하는 구태로 비칠 수밖에 없다.
정치권이 지금처럼 4천억 원을 지켜낸 공로를 다투는 동안, 국민은 4조 7천억 원에 달하는 론스타의 '먹튀' 차익이라는 훨씬 큰 그림자를 잊지 않고 있다.
이번 승소는 소송 비용을 덜어냈다는 의미는 크지만, 론스타 사태의 原罪인 국부 유출 문제와 금융 행정의 실패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숙제로 남아 있다. 국민이 정치권에 요구하는 것은 승리 보고서 낭독이 아닌, 이 거대한 실패를 낳은 책임자에 대한 명확한 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적 성찰이다. 그러나 정작 국회는 론스타 사태의 교훈을 바탕으로 금융 규제를 강화하거나, ISDS 대응 체계를 근본적으로 혁신하는 논의보다는 '네 탓 내 탓' 공방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번 론스타 ISDS 승소는 대한민국의 외교·법률 역량을 국제사회에 입증한 중요한 사례다. 이 성과에 대한 진정한 축배는 22년간 마음 졸였던 국민에게 돌아가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
여의도 정치권은 이제 샴페인 잔을 내려놓고, 자신들이 다투는 그 승리가 수많은 국민 세금과 실무진의 헌신으로 이루어졌음을 직시해야 한다. 공치사 대신 성찰을, 업적 다툼 대신 제도 개혁을 논할 때 비로소 론스타 사태는 진정한 '국가적 교훈'으로 기록될 것이다. 이 교훈을 망각하고 여전히 승리 위에 정치 깃발만 꽂으려 한다면, 국민은 다음번의 위기 앞에서 정치권을 절대 신뢰할 수 없을 것임을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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