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큰손들 엔비디아주식 전량 매각

최근 미국 뉴욕 증시를 관통하는 가장 첨예한 주제는 '인공지능(AI) 거품론'이다.

AI가 촉발한 기술 혁신의 물결은 분명 눈부시지만, 그 물결을 타고 치솟은 주가는 이제 과거 '닷컴 버블'의 망령을 소환하며 시장에 깊은 회의감을 드리우고 있다. 그리고 이 회의감은 단순한 이론을 넘어, 시장의 '큰손'들의 실제 행동으로 구체화되고 있다.

- '선수들'의 엑소더스

AI 혁명의 핵심 수혜주이자 시가총액의 상징처럼 여겨지던 엔비디아(NVIDIA) 주식에서 주요 투자자들이 발을 빼고 있다는 소식은 단순한 뉴스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억만장자 투자자 피터 틸이 이끄는 펀드가 엔비디아 주식을 전량 매각한 것은, 현재의 AI 열풍이 '장기적 성장'이 아닌 '단기적 과열'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가장 강력한 신호 중 하나다. 또한, '빅쇼트'의 주인공 마이클 버리가 엔비디아와 같은 AI 주식에 대규모 풋옵션(하락 베팅)을 건 행위는, 현재의 밸류에이션(가치 평가)이 지속 불가능하다는 냉정한 시장 판단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선수들'의 엑소더스는 두 가지 핵심 의문을 던지고 있다.

첫째, 현재의 주가가 기업의 실제 현금흐름이나 예상 수익성보다 지나치게 앞서 나가는 것은 아닌가?

둘째, AI 인프라 투자에 대한 천문학적인 지출이 과연 투자자들이 기대하는 속도와 규모로 '수익화'될 수 있는가?

- 시대적 혁신, 엔비디아의 시험대

현재 엔비디아의 주가수익비율(PER) 등은 역사적으로 매우 높은 수준에 도달해 있다. 투자자들이 열광하는 것은 AI라는 '시대적 혁신'의 무궁무진한 잠재력이지만, 큰손들이 우려하는 것은 '현재의 가격'이 그 잠재력을 이미 모두 반영하고도 남았을 수 있다는 점이다. AI 거품론의 해소 혹은 확산의 분수령은 당장 코앞에 다가왔다.

한국시간 20일 새벽 엔비디아의 분기 실적 발표는 단순한 기업 실적 공개를 넘어, 현 AI 시장 수요의 건전성을 가늠하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것이다. 특히 AI 칩 수요의 핵심인 데이터센터 부문 매출이 월가(Wall Street)의 높은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한다면, 시장 전반의 '기술주 조정'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될 수 있다.

- 투자자들에게 던지는 메시지

AI는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거대한 변화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혁신의 힘을 믿는 것과 동시에, 가격이 가치를 초과하는 순간을 경계해야 한다. 큰손들의 매각은 과열된 시장에 보내는 일종의 경고 메시지다. 지금의 시장은 뜨거운 혁신의 열기 속에서도 냉철한 판단을 요구한다.

묻지 마 투자 대신, 기업의 실질적인 현금 창출 능력, 지속 가능한 경쟁 우위, 그리고 현실적인 밸류에이션을 기준으로 삼는 '가치 투자'의 원칙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김창권 大記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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