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질문인지 단정인지 분명히 인식해야
언어는 단순히 의미를 전달하는 도구를 넘어, 話者의 의도와 감정, 그리고 법적 책임을 가르는 예리한 칼날이 될 수 있다. 최근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 하이브/쏘스뮤직 간의 법정 공방에서 "양아치냐"와 "양아치다"라는 두 표현의 차이가 핵심 방어 논리로 등장하면서, 우리는 한국어 종결어미가 가진 미묘한 힘을 재조명하게 되었다.
민희진 전 대표 측 변호인은 쏘스뮤직의 손해배상 청구에 맞서 "너네 양아치냐?"와 "너네 양아치다"는 분명히 다르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은 언어학적, 법적 관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양아치냐" 이 의문형은 상대방의 특정 행동이나 상황에 대한 강한 비판, 의혹, 또는 반문을 나타낸다. "어떻게 이런 행동을 할 수 있느냐, 당신들이 양아치 같은 행동을 하는 게 아니냐?"라는 분노와 당혹감을 표현하는 형태다. 이는 상대방의 본질 그 자체를 규정하기보다는 부당하다고 "양아치다"이 평서형은 상대방의 정체성 자체를 규정하고 확정하는 단정적 비난이다.
"당신은 명백히 양아치다"라는 선언은 토론의 여지가 없으며, 화자가 이미 심판을 내렸음을 의미한다. 법정에서 민 전 대표 측은 해당 발언이 특정 경영진에게 부당함을 겪고 느꼈던 감정을 표현하는 과정, 즉 '맥락' 속에서 나온 것이며, 특정인을 향해 확정적으로 매도한 것은 아니다고 방어했다. 실제로 기자회견 당시 민 전 대표의 발언은 일방적인 데뷔 순서 변경 통보 등 부당하다고 느낀 상황을 설명하며 나온 격앙된 표현이었다. 법원은 이 발언이 '사실의 적시'를 통한 명예훼손인지, 혹은 '분노에 찬 감정 표현'을 통한 모욕인지를 가릴 때, 이 종결어미의 차이와 맥락을 깊이 따져볼 것이다.
이 공방은 비판의 자유와 언어 사용의 책임이 충돌하는 지점을 명확히 보여준다. '양아치냐'는 부당함에 대한 정당한 문제 제기와 감정적인 호소의 영역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어, 모욕죄나 명예훼손죄 성립에서 방어 논리로 작용할 수 있다.
반면, 양아치다'는 상대방의 사회적 평가를 직접적으로 저하시키는 확정적인 비하로 해석되어 법적 책임이 무겁게 다가올 수 있다. 결국, 이 사건은 한 음절이 가진 힘이 사회적 논쟁과 법정 공방에서 얼마나 큰 차이를 만들어내는지 입증한다.
우리는 말할 때 자신이 내뱉는 표현이 질문('냐')인지, 아니면 단정('다')인지를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그 짧은 한 음절 속에 화자의 의도와 더불어, 책임의 무게가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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