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기준 연령을 현행 65세에서 75세로 상향 조정하고자 논의하는 이중근 대한노인회 회장과 필자(우측)
19세기 후반, 일본은 거대한 문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새로운 길을 선택했다. 그 이름이 바로 메이지 유신(明治維新)이다. 흔히 우리는 이 유신을 제도 개혁, 군사력 강화, 산업화의 출발점으로만 기억한다. 그러나 그 본질은 단순히 제도를 바꾸는 개혁이 아니었다. 그것은 “사람을 바꾸는 개혁”, 다시 말해 ‘사람 만들기의 길’이었다.
당시 일본은 서구 열강의 총구 앞에서 두 가지 선택지에 직면했다. 하나는 무력으로 맞서는 길, 다른 하나는 스스로를 바꾸는 길이었다. 일본은 후자를 택했다. 스스로를 혁신하지 않으면 나라의 미래가 없다는 절박한 인식이 있었다. 그래서 메이지 유신의 주역들은 새로운 제도를 세우기 전에 먼저 “새로운 인간”을 만들고자 했다. 근대국가로 도약하기 위해선 근대적 국민이 필요하다는 것을 그들은 너무도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이른바 ‘사람 만들기’의 핵심에는 사상가 요시다 쇼인(吉田松陰)의 가르침이 있었다. 그는 제자들에게 지도자가 갖추어야 할 네 가지 덕목을 강조했다. 뜻을 세우는 ‘입지(立志)’, 지극한 성실함 ‘지성(至誠)’, 멀리 듣고 내다보는 통찰의 힘 ‘비이장목(飛耳長目)’, 죽음 때까지 멈추지 않는 ‘사의후이(死而後已)’가 그것이다. 이 정신은 훗날 메이지 유신을 이끌었던 젊은 세대의 피 속에 흐르게 되었다.
그들은 ‘국가를 바꾸려면 먼저 인간을 바꿔야 한다’는 신념으로 자신을 단련했다. 낡은 봉건질서와 사무라이의 자존심을 내려놓고, 서구의 학문과 기술을 배우며 새로운 가치관을 받아들였다. 단지 제도를 수입한 것이 아니라, 그 제도를 운영할 사람의 품격과 사고방식을 함께 개조한 것이다. 바로 이 점이 메이지 유신이 단순한 제도개혁을 넘어선 문명적 대전환이었던 이유다.
그 결과 일본은 불과 수십 년 만에 근대국가로 도약했다. 물론 그 길은 제국주의적 팽창과 전쟁으로 이어지는 어두운 그림자도 남겼다. 그러나 그 출발점에는 ‘사람을 먼저 바꾸는 개혁’이 있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오늘날 우리 사회 또한 기술의 발전, 제도의 개편, 정책의 변화에만 몰두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근본적인 변화는 결국 사람의 변화에서 비롯된다. 생각하는 법을 바꾸고, 책임의식과 성실함, 그리고 공동체를 위한 비전을 품는 것, 이것이 진정한 개혁의 시작이다.
메이지 유신은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은 제도를 바꾸려 하는가, 아니면 사람을 바꾸려 하는가?진정한 혁신은 제도가 아니라 사람의 내면에서 시작된다. 그것이 메이지 유신이 남긴 가장 큰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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