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유홍림 총장으로부터 장학금기부로 감사패받는 필자



인생은 참으로 묘하다. 기쁨과 환희로 빛나는 순간이 있는가 하면, 한순간에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리는 듯한 절망이 찾아오기도 한다. 최근 지인의 죽음을 지켜보며 새삼 깨닫게 된 것은, 인간이란 결국 한 줌의 욕망과 집착을 안고 살다가 떠나는 존재라는 사실이다.

그는 후두암 선고를 받고 4년을 버텼다. 삶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의지였을까, 아니면 미처 정리하지 못한 세속의 인연 때문이었을까. 그러나 병마와 싸우는 와중에도 가정은 산산이 흩어졌다. 아내와 자식들은 그를 떠났고, 이혼 소송은 생의 마지막을 더욱 잔혹하게 만들었다. ‘죽음을 앞둔 사람에게까지 왜 소송을 했을까’라는 의문은 결국 인간의 욕심, 재산에 얽힌 집착으로밖에 설명되지 않는다. 인생의 민낯은 이렇게 차갑다.

불교에서 말하는 일체개고(一切皆苦)의 진리는 어쩌면 이럴 때 더욱 선명하게 다가온다. 살아 있는 동안의 모든 일은 고통이다. 사랑도, 성공도, 부와 명예도 결국에는 사라지거나 빼앗기기에 불안과 두려움의 그림자를 지닌다. 아무리 웃는 얼굴이라도, 그 이면에는 말 못 할 고통이 숨어 있다.

그러나 고통이 운명이라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선택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제행무상(諸行無常)과 제법무아(諸法無我)의 이치를 터득하는 것이다. 모든 것은 변하고, 그 어떤 것도 내 것이라 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순간, 집착의 끈은 풀리기 시작한다. 집착을 버리는 자리, 거기서 비로소 고요한 행복, 즉 열반적정(涅槃寂靜)의 세계가 열린다.

인생은 목표 없는 항해가 아니다. 고통을 피할 수 없음을 알되, 그것을 지혜롭게 다스리고 초월하는 길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재물과 권력, 심지어 가족마저도 영원한 내 편은 아니다. 그러나 자신 안의 평화, 흔들리지 않는 마음은 누구도 빼앗을 수 없다.

삶의 마지막 순간을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 그것은 지금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하며 살아가느냐에 달려 있다. 집착이 아닌 내려놓음, 분쟁이 아닌 화해, 욕망이 아닌 평화를 향한 목표를 세우는 것, 그것이야말로 인간이 추구해야 할 가장 숭고한 삶의 자세다.

결국 인생의 본질은 고통 속에서 피어나는 깨달음이다. 고통을 직시하고, 무상을 인정하며, 집착을 놓을 때 우리는 비로소 자유로워진다. 이것이야말로 삶을 관통하는 진리이자, 우리 모두가 도달해야 할 궁극의 목표일 것이다.

<박상희 한국농어촌희망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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