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가 인생을 끊어버리는 칼날이 될 수도 있음을 잊지 말자고 강조하는 필자(좌 3번째)
필자가 만난 그는 성실한 공무원이었다. 평생을 묵묵히 일하며 국민을 위해 헌신해온 사람이었다. 그러나 시골 근무지의 적막한 일상 속에서 느껴지는 외로움은 그를 SNS로 이끌었다. 사람 냄새 그리운 마음에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들을 페이스북에 올렸고, 그것이 그의 낙이었다. 하지만 그 평범하고 선한 일상이, 누군가에게는 노린 먹잇감이 되었다.
어느 날, 낯선 여인이 다가왔다. 따뜻한 말투와 매력적인 사진, 그리고 진심 어린 듯한 관심. 그는 오랜만에 느껴보는 설렘과 교감을 통해 하루의 피로를 잊었다. 퇴직을 앞둔 시점이라 인생의 회한도 많았다. 그동안의 경험담, 직장생활의 이야기, 때로는 조직의 뒷얘기까지 스스럼없이 나누었다. 그렇게 둘은 어느새 ‘가까운 사람’이 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 아름다움은 오래가지 않았다. 정이 들 즈음, 그녀는 돌연 태도를 바꾸었다. “돈이 필요하다”는 말과 함께, 거절하면 세상에 망신을 주겠다는 협박이 이어졌다. 그는 절망했다. 평생을 바르게 살아온 자신이 이런 함정에 빠졌다는 사실이 부끄러워 주변에 알릴 수도 없었다. 결국 그는 요구받은 돈을 내어줄 수밖에 없었다.
이야기를 들은 필자는 참으로 안타까웠다. 세상은 이제 ‘보이지 않는 함정’으로 가득하다. SNS라는 공간은 겉으로는 소통의 장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인간의 외로움과 허점을 파고드는 수많은 덫이 숨어 있다. ‘관심’으로 시작해 ‘신뢰’로 이어지고, 결국 ‘의존’으로 발전한 후에는 상대의 약점을 쥐고 흔드는 악랄한 수법이 기다리고 있다.
SNS의 문제는 기술에 있지 않다. 사람의 마음을 파고드는 심리적 취약성, 그것을 이용하는 악의적 존재에 있다. 외로움은 결코 죄가 아니다. 하지만 그 외로움을 달래려다 스스로를 잃는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비극이다.
디지털 시대의 소통은 편리하지만, 그만큼 위험하다. 화면 속 인연이 진짜 사람인지, 혹은 누군가의 가면을 쓴 함정인지 우리는 알 수 없다. 사진은 도용될 수 있고, 목소리는 변조될 수 있으며, 마음은 쉽게 조작될 수 있다. 결국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의심의 지혜”와 “거리의 여유"다.
진정한 소통은 손끝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하는 것이다. SNS의 달콤한 말 몇 마디보다, 내 곁에서 함께 웃고 울어주는 한 사람의 진심이 더 값지다. 우리는 그 단순한 진리를, 너무도 쉽게 잊는다.
오늘도 수많은 사람들이 SNS를 통해 세상과 연결되고 있다. 그러나 그 연결이 때로는 인생을 끊어버리는 칼날이 될 수도 있음을 잊지 말자. “소통은 선택이지만, 신뢰는 신중해야 한다.” 그 한마디가, 당신의 인생을 지켜줄 마지막 방패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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