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배송 이미지


밤 12시부터 새벽 5시까지의 배송을 전면 금지하자는 노동계의 주장이 사회적 핵심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표면적인 명분은 '노동자 건강 수호'다. 야간 노동이 건강을 해치고 과로사의 위험을 높인다는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며, 이는 마땅히 국가가 나서 규제해야 할 사안이라고 외친다. 그러나 이 '정의로운 규제'의 칼날에 가장 먼저 생계를 위협받는 이들은, 다름 아닌 새벽배송 현장의 노동자들이다.

"야간 페이(급여)는 주간과 비교해 '넘사벽' 수준으로 높다." 현직 쿠팡 기사의 이 한마디는 이번 논란의 핵심을 관통한다.

새벽배송은 물류 시스템의 혁신이자, 소비자에게는 편익이지만, 노동자들에게는 주간 일자리가 부족한 현실 속에서 고수익을 얻을 수 있는 현실적인 생계 수단이다. 특히 많은 새벽배송 기사들은 특수형태근로종사자로서, 주간의 빡빡한 교통 체증과 엘리베이터 혼잡을 피해 자율적으로 근무 시간을 조정하고 높은 수입을 챙길 수 있는 새벽 근무를 선호한다.

이들에게 '새벽배송 금지'는 단순한 노동 환경 개선이 아니라, "우리 일자리는 어떡하느냐"는 절규와 직결되는 문제다.

전국적으로 수많은 새벽배송 기사들이 설문조사를 통해 금지 반대 의사를 표명한 것은, 노동조합의 의제와 현장 노동자의 필요가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음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노동계가 내세우는 '보호'의 논리는 야간 노동의 위험성이라는 객관적 사실에 기반한다. 하지만, '모두를 위한 보호'가 '개인의 생계와 선택의 자유'를 일방적으로 짓밟을 때, 그 보호는 독재적인 규제로 변질될 위험이 있다.

새벽배송 기사들은 4대 보험에 가입된 '직원'이 아닌 개인 사업자 신분인 경우가 많다. 그들의 노동 환경을 개선하는 가장 합리적인 방법은 야간 노동 수당 강화, 충분한 휴식 시간 법적 보장, 산재보험 적용 확대 등 노동의 질을 높이는 방향이어야 한다.

"야간 노동은 나쁘니 아예 하지 마라"는 식의 전면적인 금지 조치는 '현장의 현실은 모르고 높은 곳에서 내린 결정', 즉 卓上空論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이는 마치 '과속이 위험하니 자동차 운전 자체를 금지하자'는 주장과 비슷하다.

이번 논란은 우리 사회가 새로운 형태의 노동을 어떻게 포용하고 보호해야 하는지에 대한 숙제를 던져주고 있다.

- 2천만 소비자, 필수 생활 서비스 정착

더구나 새벽배송은 이미 2천만 명의 소비자가 이용하는 필수적인 생활 서비스로 자리 잡았다. 이 산업을 '단칼로 자르는식'의 규제로 접근하는 것은 소비자 편익뿐만 아니라, 현장에서 땀 흘리는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퇴행적 처사가 될 수 있다.

정부가 노동 시간 사이 '최소 11시간 연속 휴식 의무' 등 노동의 안전을 보장하면서도, 노동자의 자율성과 고수입의 기회를 해치지 않는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노동자를 보호한다'는 선한 의도가, 정작 그 노동자들의 목줄을 조르는 아이러니를 막아야 할 책임은 정책 결정권자들에게 있다.

규제는 현장의 목소리를 담을 때만 정당성을 얻는다.

새벽 노동자들의 절규를 외면한 채 진행되는 '사회적 대화'는 그저 '그들만의 회의'에 불과할 뿐이라는 점을 새삼 알았으면 한다.

김창권 大記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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