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 위기에서 벗어나 대한민국의 심장을 다시 두드려야 할 때다
철강산업의 생명선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그것이 멈추는 순간, 모든 첨단이 무너진다.
오늘날 대한민국은 AI, 반도체, 전기차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미래 산업의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하지만 그 기반 위에 놓인 철강의 존재는 점점 희미해지고 있다. 정부의 대외 협상 테이블에서도, 국가 산업 전략의 중심에서도 “철강”이라는 이름은 들리지 않는다. 그러나 철강이 흔들리면, 그 위의 모든 산업이 함께 무너진다. 철강은 반도체 장비의 프레임이며, 전기차의 몸체이고, 조선과 방산의 기둥이다. 기초 없는 첨단은 공중에 뜬 성(城)일 뿐이다.
철강산업, 4중고(苦)의 파도 속에 서 있다
지금 우리 철강산업은 내수 부진, 미국의 고율 관세, 탄소배출권 압박, 그리고 에너지 비용 폭등이라는 네 겹의 파도에 시달리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부과한 50%의 관세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으며, 올해만 해도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납부해야 할 관세 규모는 약 2억8천만 달러에 달한다. 이는 단순한 기업 부담이 아니라, 대한민국 제조 경쟁력의 손실이다. 이 와중에도 기업과 노동자들은 폭풍 속에서 버티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여전히 책상 앞에서 수치와 그래프만을 논하고 있다. 산업을 살릴 ‘구명조끼’는 아직도 정책 서류 속에서 떠다니고 있을 뿐이다.
철강산업 고도화는 “보호”가 아니라 “혁신”이다
철강을 지키자는 외침은 결코 과거로 돌아가자는 것이 아니다.
이제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은 ‘철강 고도화 산업 전환’이다.
이는 산업 보호가 아니라 산업 혁신이며, 낡은 철강이 아니라 이제는 다음 네가지 ‘스마트 스틸’의 시대를 여는 일이다.
첫채, 친환경·저탄소 공정으로 전환하여야 한다
탄소중립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다. 수소환원제철, 전기로 확대 등 기술혁신을 통해 탄소배출을 최소화해야 한다. 정부는 대규모 R&D 지원과 함께, 탄소 감축 비용을 일정 부분 보조하는 그린 전환 펀드를 조성해야 한다.
둘째, 스마트 제조 시스템을 도입하여야 한다
AI 기반 예측제어, 공정 자동화, 설비 진단 등으로 생산 효율을 높이는 스마트 제철소 전환이 시급하다. 이는 인력감축이 아니라 고급 기술인력 육성과 직결된다. 교육기관과 연계한 스틸테크 아카데미 설립이 필요하다.
셋째, 산업 융합 생태계를 구축하여야 한다
철강은 이제 단순한 원자재 산업이 아니라, 신소재·에너지·건설·모빌리티와 결합된 융복합 산업으로 재편되어야 한다. 고강도 경량강판, 수소저장용 강재, 해상풍력 구조물용 특수강 등 첨단 신철강소재 개발이 새로운 성장축이 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국가 차원의 전략법인 K-스틸법을 조속히 제정하여 통과시켜야 한다
국가 기간산업으로서 철강의 전략적 지위를 명확히 하고, 세제지원·R&D·인력양성·수출금융을 포괄하는 법적 보호 체계가 절실하다. 산업정책의 ‘말’이 아닌 ‘법’으로서의 실천이 필요하다.
철강을 다시 국가전략의 중심에 세워야 한다
산업의 기반은 결코 시장에만 맡겨둘 수 없다. 정부는 산업을 포기할 권리가 없다. 오직 지키고 발전시킬 의무만 있을 뿐이다. 현재 포항·광양의 중소 철강업체들이 줄줄이 문을 닫고 있다. 철강은 안보이고, 안보가 곧 철강이다. 미국과 유럽은 보조금으로 스스로 자국 산업을 지키지만. 우리는 중국산 저가 공세에 무방비로 당하고 있다. 이제 정부가 오픈마켓 논리에서 벗어나 철강을 국가전략산업으로 명시해야 하며 지금이 골든타임이다. 포항이 외치는 이 목소리는 단지 한 도시의 절규가 아니다. 대한민국 제조업의 심장이 내는 경고음이다.
지금 K스틸법이 국회에서 석 달째 계류되고 있다. 철강 골든타임을 놓치면, 한국 제조업 무너진다. 여야 대치 속 법안이 표류하는 사이 노동자는 벼랑 끝에 몰리고 있다. 수소환원제철·저탄소 공급망 전환이 전세계 표준으로 자리잡는 가운데 한국은 여전히 규제에 묶여 있으므로 산업의 속도와 현실을 반영한 입법이 절실히 시급한 실정이다. 철강을 외면하는 순간, 우리는 산업의 근본을 잃는다. 이제는 말이 아니라, 결단이 필요하다. 정부는 산업의 근본부터 다시 세워야 한다. 철강을 지키는 것은 곧 대한민국의 미래를 지키는 일이다. 지금, 철강을 구하여야 한다. 지금, 대한민국의 뿌리를 세워야 한다.
역사는 오늘의 무관심과 내일의 후회를 동시에 기록할 것이다. 정부는 결코 잊어서는 안된다. 철강이 무너지면, 대한민국이 무너진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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