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수술 마치고 다시 우뚝 선 화엄사 석등…"천년의 빛 이어지길"
가장 큰 규모의 '국보' 석등, 2년 반 보존 처리·복원 마치고 제자리로
조각나고 균열 생긴 부재 모두 보수…복원 과정 담은 보고서 발간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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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 화엄사 석등 복원 기념식 (구례=연합뉴스) 조남수 기자 = 5일 오후 전남 구례 화엄사에서 열린 국보 12호인 각황전 앞 석등 복원 기념식에서 참석자들이 석등 점등하고 있다. 국가유산청 국립문화유산연구원은 국보인 석등에서 균열과 파손이 확인됨에 따라 지난 2023년 5월 부분 해체 보수를 시작한 뒤 약 3년 만에 복원 공사를 마무리했다. 2025.11.5 iso64@yna.co.kr
(구례=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불(佛), 법(法), 승(僧)!"
5일 낮 전남 구례군 마산면 화엄사.
평소라면 고즈넉한 분위기가 감돌았을 천년 고찰에 우렁찬 구호가 울렸다. 약 1천200년 만의 '외출'을 마치고 제자리로 돌아온 석등을 반기기 위해서다.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의 석등인 국보 '구례 화엄사 각황전 앞 석등'이 빛을 밝히자 사찰 경내에 있던 사람들은 두 손을 모아 합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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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 12호 화엄사 석등 복원 기념식 (구례=연합뉴스) 조남수 기자 = 5일 오후 전남 구례 화엄사에서 국보 12호인 각황전 앞 석등 복원 기념식이 열리고 있다. 국가유산청 국립문화유산연구원은 국보인 석등에서 균열과 파손이 확인됨에 따라 지난 2023년 5월 부분 해체 보수를 시작한 뒤 약 3년 만에 복원 공사를 마무리했다. 2025.11.5 iso64@yna.co.kr
2023년 5월 10일 보존 처리의 시작을 알리는 고불식을 지낸 지 약 2년 6개월, 정확히는 910일 만에 돌아온 화엄사 각황전 앞마당의 주인이다.
각황전 앞을 지켜온 이 석등은 통일신라시대를 대표하는 불교 조각으로, 1962년 국보로 지정됐다.
전체 높이가 6.14m에 이르며, 활짝 핀 연꽃조각과 불을 밝혀두는 화사석(火舍石), 팔각의 지붕돌이 어우러져 웅건한 조각미를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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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존 처리 작업 중인 석등 부재 (대전=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우리나라에 남아있는 석등 가운데 가장 큰 규모로 알려진 국보 '구례 화엄사 각황전 앞 석등' 부재 모습. 사진은 지난 6월 대전 국립문화유산연구원 문화유산보존과학센터 석조 복원실에서 보존 처리 작업을 위해 보관돼 있는 모습. 2025.11.5
yes@yna.co.kr
부처의 광명을 상징한다고 해 '광명등'(光明燈)으로도 불렸던 석등은 오랜 시간 사찰을 지켜왔으나, 세월의 흔적이 쌓이면서 곳곳이 병들었다.
조사 결과, 주요 부재에 균열이 생겼고 육중한 무게 탓에 중심축을 기준으로 20㎜ 가까이 어긋나 있는 부분도 확인됐다.
연이은 점검에서 수리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E등급'을 받기도 했다.
특히 화사석은 구조적으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관통상 균열 11곳, 표면 균열 1곳이 확인됐으며 7조각으로 파손된 상태였다. 상대석 역시 3조각으로 분리된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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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존 처리 작업 중인 석등 부재 (대전=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국내에 남아있는 석등 가운데 가장 큰 규모로 알려진 국보 '구례 화엄사 각황전 앞 석등' 부재 모습. 사진은 6월 대전 국립문화유산연구원 문화유산보존과학센터 석조 복원실에서 보존 처리 작업을 위해 보관돼 있는 모습. 2025.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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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국립문화유산연구원은 2023년 일부 부재를 해체해 대전 문화유산보존과학센터로 옮겼고 손상 부위를 정밀 분석해 복원 작업에 나섰다.
센터는 화사석, 상대석 등 주요 부재를 보강하기 위해 티타늄 보강봉을 더했고, 표면 곳곳에 있는 생물종 흔적을 찾아 석재가 손상된 요인도 규명했다.
석조 문화유산 전문가인 이태종 학예연구사는 "지붕돌인 옥개석만 하더라도 무게가 약 4t(톤)에, 지름이 2.5m"라며 "부재 각각을 해체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고 전했다.
석등의 가장 중요한 부분인 화사석은 베테랑인 그에게도 만만치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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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 '구례 화엄사 각황전 앞 석등' 1916년 발간된 '조선고적도보'(朝鮮古蹟圖譜) 4권에 실린 사진. [국립문화유산연구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 연구사는 불빛이 퍼져나오도록 4개의 창을 뚫어 놓은 팔각 형태의 화사석을 설명하면서 "팔각이 균형을 이루도록 정밀하게 맞추는 작업이 힘들었다"고 말했다.
긴 외출을 끝내고 돌아온 석등은 각황전 앞에 우뚝 섰다.
이날 화엄사를 찾은 사람들은 "드디어 돌아왔나 보네", "예전보다 더 좋아진 것 같다"고 말하며 휴대전화를 꺼내 석등 사진을 찍기도 했다.
화엄사 주지 우석스님은 "화엄사 각황전 앞 석등은 오랜 시간 부처님의 자비와 지혜를 상징하면서 도량을 밝히던 귀한 문화유산"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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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석등을 복원하는 모습 [국립문화유산연구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우석스님은 "석등의 빛은 어둠 속에서 길을 비추는 지혜의 등불이자 자비의 마음을 일우는 깨달음의 빛"이라며 법등(法燈·부처 앞에 올리는 등불)의 빛이 이어지길 바랐다.
화엄사 측은 국립문화유산연구원을 대표해 임종덕 원장에게 감사패를 전달했다.
임 원장은 "약 3년간의 노력으로 천년을 이어온 석등의 가치와 의미를 온전히 다시 세우게 됐다"며 "앞으로도 국가유산의 보존과 가치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연구원은 그간의 보존 처리와 복원 과정을 정리한 보고서를 펴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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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엄사 석등 복원 기념식 (구례=연합뉴스) 조남수 기자 = 5일 오후 전남 구례 화엄사에서 국보 12호인 각황전 앞 석등 복원 기념식이 열리고 있다. 국가유산청 국립문화유산연구원은 국보인 석등에서 균열과 파손이 확인됨에 따라 지난 2023년 5월 부분 해체 보수를 시작한 뒤 약 3년 만에 복원 공사를 마무리했다. 2025.11.5 iso6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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