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드웨이 홀리고 온 '어쩌면 해피엔딩'…로봇으로 사랑을 묻다
10주년 공연, 두산아트센터서 개막…근미래 남겨진 핼퍼봇 이야기

관객 눈물짓게 한 사랑의 양면성…내달 초까지 50회차 전석 매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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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10주년 공연 [NHN링크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서울=연합뉴스) 박원희 기자 =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의 박천휴 작가는 미국 토니상 수상 직후 국내 취재진과 한 인터뷰에서 공연을 보려고 휴가를 내고 혼자 미국 뉴욕으로 온 관객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무려 10개의 공연을 예매한 관객이 다섯 번째로 '어쩌면 해피엔딩'을 봤는데, 공연을 보면서 집에 있는 아내가 보고 싶어져 남아 있는 공연 티켓을 모두 팔고 집으로 돌아갔다는 이야기다.

지난달 30일 국내에서 개막한 '어쩌면 해피엔딩'의 여섯 번째 시즌은 브로드웨이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게 한 보편적인 감성을 확인하게 한다. 모두를 웃고 울리게 한 사랑이라는 감정이다.

이번 공연은 2015년 국내 트라이아웃 공연(시범 공연) 이후 10주년을 기념해 열렸다. 2016년 초연에 출연한 전미도·김재범·최수진·고훈정을 비롯해 전성우와 박지연, 신성민, 박진주 등 그간 공연을 빛낸 배우들이 함께했다.

무엇보다 올해 열린 제78회 토니상 시상식에서 작품상 등 6개 부문을 석권한 이후 국내에서 열린 첫 무대로서 관심을 끌었다. 박천휴와 윌 애런슨이 창작한 '어쩌면 해피엔딩'은 해외 제작진과 배우들로 구성돼 지난해 브로드웨이에 진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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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회 토니상 시상식에서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제작진과 배우들 [UPI=연합뉴스 자료사진]

사랑은 뮤지컬, 문학, 영화, 드라마 등 모든 장르에서 다뤄지는 흔한 소재다. '어쩌면 해피엔딩'의 매력은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로봇으로 사랑을 풀어냈다는 데 있다. 배경은 21세기 후반 서울. 인간을 돕는 로봇(핼퍼봇) 올리버는 주인이자 친구인 제임스를 기다린다. 화분에 물을 주고 주기적으로 오는 재즈 잡지를 받는 게 그의 일상이다. 그러던 어느 날 같은 아파트에 살던 핼퍼봇 클레어가 올리버를 찾아오면서 그의 일상이 변화한다.

뮤지컬은 인간을 돕는 것 외에 다른 목적은 갖고 있지 않은 헬퍼봇들이 사랑에 빠지는 과정을 따뜻한 감성으로 그려낸다. 인간을 향한 무조건적인 호의로 프로그래밍 된 올리버와 클레어는 이를 넘어 서로에게 설레고 "사랑은 그리움과 같은 말"이라는 걸 깨닫는다.

기계이지만 영원불멸하지 않기 때문에 로봇에게도 사랑에 시한이 있다. 올리버와 클레어는 사랑의 고통도 느끼며 "우린 왜 사랑했을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뮤지컬은 이렇게 사랑의 양면성을 모두 그리며 공감을 자아낸다. 사랑의 유한성을 깨달은 올리버와 클레어가 내린 선택은 깊은 여운으로 관객을 눈물짓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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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10주년 공연 [NHN링크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로봇의 특성을 활용한 유머도 있다. "고마워요"라는 말에 "천만에요"라고 답하도록 프로그래밍 된 덕에 올리버는 엉뚱한 상황에서 "천만에요"라고 말하며 관객에게 웃음을 안긴다. 로봇의 부자연스러운 움직임을 활용한 동작은 안무하듯 펼쳐져 보는 재미를 준다. 윌 애런슨이 작곡한 곡들은 분위기에 따라 전환되며 극에 감성을 더한다.

소극장 뮤지컬로 시작한 '어쩌면 해피엔딩'은 이번 시즌에 기존 350석에서 550석으로 좌석 수를 늘렸고 시각적인 연출을 추가했다. 공연은 다음 달 초까지인 50회차 모두 매진되며 인기를 끌고 있다. 3차 예매는 오는 6일 열린다.

공연은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내년 1월 25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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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10주년 공연 [NHN링크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encounter2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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