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대화 가능성' 커지는 관심…관망하는 北, APEC전 입열까
'미국도 북미회담 가능성 내부 논의' CNN 보도…열쇠는 김정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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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노동당 창건 80주년 경축 열병식 개최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지난 10일 김일성광장에서 노동당 창건 80주년 경축 열병식이 성대히 거행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1일 보도했다. 2025.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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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효정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달 말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 등을 계기로 한 북미대화 가능성에 세간의 관심이 커지는 가운데 앞으로의 북한의 움직임이 주목된다.

미국 CNN 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아시아를 방문할 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는 문제를 트럼프 행정부 당국자들이 비공개로 논의해 왔다고 지난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다만 그런 회담을 개최하는 데 필요한 실무 계획 준비(logistical planning)가 진지하게 이뤄진 것은 아니며, 북한과 소통도 없었다고 CNN은 덧붙였다.

보도 내용을 종합해 보면 북미 간에 아직 실질적 움직임은 없지만, 이번 아시아 방문을 계기로 북미대화가 이뤄질 가능성에 대비하는 차원의 논의가 트럼프 행정부 내부에서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워낙 예측불허 기질이고, 2019년 6월 판문점에서의 '깜짝' 남북미 회동도 그의 즉흥적 제안에 따라 이뤄졌다는 점에서 이번 APEC 계기 북미 대화도 급물살을 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당시 남북미 정상의 만남은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로 김 위원장과의 DMZ(비무장지대) 회동을 제안한 지 불과 32시간 만에 성사됐다.

그 사이 북미는 유엔군사령부와 북한군 간 직통전화로 의사를 교환하고 양측 실무진이 밤늦게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접촉하는 등 그야말로 '속전속결'로 실무 준비를 마쳤다.

만일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에도 비슷하게 즉흥 만남을 제안한다면 당시처럼 만만치 않은 준비가 필요한 만큼 미국 정부도 미리 대비가 필요하다고 봤을 수 있다.

특히 이런 내용이 미국 언론을 통해 보도된 것은, 트럼프 행정부가 '기회가 온다면 대화하는 데 열려 있다'는 시그널이 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문제는 북한의 의향이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결국 (북미 정상) 두 사람의 전격적 회동의 열쇠는 김정은이 쥐고 있는 상황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달 최고인민회의에서 "미국이 허황한 비핵화 집념을 털어버리고 현실을 인정한 데 기초하여 우리와의 진정한 평화 공존을 바란다면 우리도 미국과 마주 서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천명한 후 최근에는 대미 자극 발언을 비교적 삼가며 상황을 관망하는 모양새였다.

그러나 APEC 날짜가 다가오고 북미대화 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만큼 북한이 어떤 식으로든 입장 표명에 나설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이 APEC 계기 북미 대화에 응할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결심한다면 APEC 정상회의 계기에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이 상당히 있다"(지난 15일 MBC '손석희의 질문들' 출연)는 등 대화 성사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 발언을 여러 차례 내놨다.

반면 북한이 요구한 '비핵화 의제 포기'에 미국이 호응한다는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고, 중국, 러시아와의 밀착으로 당장 아쉬운 것도 없는 만큼 대화에 나올 동기가 약하다는 평가도 있다.

북한이 최대 정치행사인 9차 당대회를 올해 말 또는 내년 초 예정하고 있다는 점도 변수다.

북한이 대화를 거절한다면 조만간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담화 등을 통해 자신들의 원칙적 입장을 밝힐 가능성이 있다.

임을출 교수는 "김정은은 트럼프와의 최소한의 개인적 유대 유지를 고려해 체면을 살려주는 선에서 김여정 담화 등을 통해 입장을 조만간 밝힐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했다.

한편, 대화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면 APEC 이전까지 관망세를 유지하며 대화 불씨를 살려놓으려 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kimhyo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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