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만에 웃은 '빨간 바지의 마법사' 김세영…땅끝마을서 재기
LPGA 투어 데뷔해부터 우승 행진 펼친 간판 선수…2021년 이후 긴 슬럼프

신인 자세로 고향서 우승해갈…오초아 제치고 통산 상금 톱10 진입

X
티샷 바라보는 김세영 김세영이 19일 전남 해남군 파인비치 골프링크스(파72·6천785야드)에서 열린 LPGA 투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 4라운드 2번 홀에서 친 티샷을 바라보고 있다.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 대회 조직위원회 제공. 재배포 및 DB 금지]

(해남=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김세영은 한국 여자골프의 전성기를 이끌던 간판선수였다.

그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데뷔해인 2015년 3승을 거두며 그해 신인왕에 올랐고, 2016년 2개 대회, 2017년 1개 대회, 2018년 1개 대회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꾸준히 활약했다.

2018년 7월 손베리 크리크 클래식에선 31언더파 257타를 기록하면서 LPGA 투어 72홀 역대 최저타 및 최다 언더파 신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김세영의 전성기는 계속됐다. 2019년 3차례 우승했고, 2020년엔 메이저 대회인 KPMG 여자 PGA 챔피언십과 그해 11월 펠리컨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 LPGA 투어 올해의 선수에 올랐다.

바야흐로 김세영의 시대였다.

X
-LPGA- 김세영, 18번홀 칩인 파 환호 (서울=연합뉴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롯데 챔피언십(총상금 180만 달러)에서 우승을 차지한 김세영(22·미래에셋)이 19일(한국시간) 미국 하와이주 호놀룰루 오아후 코올리나 골프클럽(파72·6천383야드)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 날 4라운드 18번홀에서 칩인 파에 성공한뒤 기뻐하고 있다. 18번 홀(파4)에서 열린 연장 첫 번째 홀에서 김세영은 약 150야드를 남기고 8번 아이언으로 시도한 두 번째 샷을 그대로 샷 이글로 연결해 짜릿한 우승을 차지했다. 2015.4.19 << LOTTE/박준석 제공 >> photo@yna.co.kr

그러나 김세영은 2021년부터 주춤했다.

시즌 초반 5개 대회 중 2개 대회에서 3위 내의 성적을 거두는 등 활약을 이어갔으나 시즌 중반부터 좀처럼 힘을 내지 못했다.

결국 LPGA 투어 데뷔 후 처음으로 우승 없이 시즌을 마감했다.

슬럼프는 오래갔다. 특히 2023년엔 끝없이 추락했다. 22개 출전 대회 중 단 두 차례만 톱10에 들었다.

미국 진출 후 가장 저조한 성적이었다.

문제는 마음가짐에 있었다.

그는 최근 "그동안 거뒀던 성과에 안주해 좋은 성적이 안 나왔던 것 같다"며 "힘들었던 시기"라고 말했다.

X
'끝내기 버디' 김세영, LPGA 최종전 우승 (네이플스 AFP/Getty=연합뉴스) 김세영이 24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 주 네이플스의 티뷰론 골프클럽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2019시즌 최종전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 4라운드 마지막 18번홀에서 버디를 잡아 우승을 확정지은 뒤 기뻐하고 있다. leekm@yna.co.kr

김세영은 지난해 개막을 앞두고 이를 악물었다.

그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다시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시즌을 준비했고, 신인의 자세로 매 대회에 임했다"고 말했다.

2024년에도 우승은 나오지 않았으나 2위 한 차례, 3위 3차례를 기록하는 등 다수의 대회에서 우승권에 오르며 재기의 날개를 펼쳤다.

김세영은 조급해하지 않았다.

지난 6월 짜릿한 홀인원을 기록하며 3위에 오른 숍라이트 LPGA 클래식을 마친 뒤 7월 스코틀랜드 오픈과 지난 달 FM 챔피언십에서 3위를 차지하며 좋은 흐름을 이어갔다.

그러면서 때가 되면 다시 우승 기회가 찾아올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X
벙커샷 하는 김세영 (부산=연합뉴스) 강덕철 기자 = 21일 부산 기장군 LPGA 인터내셔널 부산에서 열린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 1라운드에서 김세영이 9번 홀에서 벙커샷을 하고 있다. 2021.10.21 kangdcc@yna.co.kr

그리고 김세영은 '땅끝마을' 해남에서 길고 길었던 무승의 굴레에서 벗어났다.

김세영은 19일 전남 해남군 파인비치 골프링크스(파72·6천785야드)에서 열린 LPGA 투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총상금 230만달러) 4라운드에서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빨간색 바지를 입고 나와 최종 합계 24언더파 264타로 2위 하타오카 나사(일본·20언더파 268타)를 제치고 그토록 갈망하던 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김세영은 전성기 시절 마지막 라운드마다 빨간색 바지를 입고 출전해 극적인 장면을 여러 차례 연출하며 '빨간 바지의 마법사'라고 불렸다.

해남 인근인 전남 영암군에서 태어난 김세영은 가족 친지들 앞에서 우승해 더욱 의미가 컸다.

우승 상금 34만5천달러를 받은 김세영은 통산 1천518만9천333달러의 상금을 벌어 로레나 오초아(멕시코·1천486만3천331달러)를 제치고 역대 상금 10위에 올랐다.

cycl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