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의 발전은 산업과 사회 전반을 송두리째 바꾸고 있다. 이미 수많은 직업이 재편되고,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나는가 하면, 어떤 직종은 소멸 위기에 놓였다. 그러나 교육의 현장을 돌아보면 여전히 과거의 틀 속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교실에서는 암기식 수업이 주를 이루고, 학생들은 시험 점수라는 좁은 울타리 안에서 경쟁을 반복한다. 변화의 파도는 거세게 몰려오는데, 교육만이 정지된 듯 제자리에 서 있는 것이다.

AI시대의 교육은 단순히 새로운 기술을 가르치는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국가 경쟁력의 근간을 다시 세우는 일이며, 더 나아가 미래 세대의 생존 전략과 직결된다. AI가 언제 어디서든 지식을 제공할 수 있는 시대일수록, 인간이 반드시 길러야 할 역량은 기초학력, 비판적 사고력, 창의성, 그리고 도덕성과 책임의식이다. 그러나 우리의 교육 현장은 여전히 ‘점수 따기’에 몰두하며, ‘왜 배우는가’라는 질문에 답하지 못하고 있다. 교육의 본질이 실종된 자리에는 시험만 남았다.

AI는 교육의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는 기회다

원격 학습, 맞춤형 튜터링, 학습 분석 도구는 학생 개개인의 수준과 필요에 맞는 교육을 가능케 한다. 하지만 반대로, 준비가 부족한 상황에서 AI가 도입된다면 교육 양극화는 더욱 심화될 수 있다. 기술을 먼저 습득한 소수는 앞서가지만, 그렇지 못한 다수는 낙오자가 되기 쉽다. 바로 이 지점에서 공교육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중요해진다. AI 활용 능력 자체가 새로운 문해력(文解力)이 되는 시대, 국가가 책임지고 공교육 체계를 새롭게 설계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보여주기식의 ‘AI 시범학교’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교사 연수 강화, 교육과정 개편, 학습 인프라 확충 등 실질적인 개혁이다.

AI 도입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다

핵심은 교사의 전문성을 높이고, 학생 개개인의 잠재력을 끌어내는 교육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교사는 단순한 지식 전달자가 아니라, 학생의 학습을 안내하고 인성과 가치를 길러주는 길잡이가 되어야 한다.

정부의 역할도 막중하다. 교육 현장에 필요한 투자를 아끼지 말고, 교사들이 AI를 능숙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재교육 체계를 정비해야 한다. 나아가 교육과정은 암기 위주의 과거에서 벗어나, 토론·탐구·창작을 중심으로 재편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AI가 제공하지 못하는 인간 고유의 역량이 길러질 수 있다.

AI시대의 교육은 미래세대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다

AI시대의 교육은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미래세대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이며, 지금의 대응 여하에 따라 국가의 미래가 달라질 수 있다. 교육이 시대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 아이들과 그 다음 세대의 몫이 된다.

이제 우리는 변화를 두려워할 것이 아니라, 그 변화 속에서 교육의 중심을 바로 세워야 한다. AI시대에도 교육의 본질은 흔들려서는 안 된다. 교육은 단순한 지식의 주입이 아니라, 인간다운 사람을 길러내는 일이다. 그 본질을 지켜낼 때, AI는 교육의 적이 아니라 든든한 동반자가 될 것이다.

류수노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제7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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