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ain 1980 수학여행"에 벗들과 함께한 산행과 추억을 돌아보며 지난 시절 고운 추억을 그려냈다.

웅장한 비룡폭포의 비경을 함께 만끽하는 벗들


아침부터 내린 비는 우리의 발걸음을 시험하는 듯했다. 잠실에서 출발해 12선녀탕과 백담사 입구를 지나 설악산 비룡폭포를 향하는 길, 원래 고교동창생 25명이 함께하기로 했지만 실제로 모인 이는 11명에 불과했다. 숫자는 줄었지만, 오히려 얼굴을 마주하고 마음을 나누기엔 더없이 좋은 여정이었다.

우중에도 인사인해를 이루는 설악산


비룡폭포에 다다랐을 때, 비는 자연의 거대한 악보가 되어 쏟아졌다. 평소보다 더욱 거세게 떨어지는 물줄기는 마치 하늘이 연주하는 장엄한 교향곡처럼 가슴을 울렸다. 빗속에서 마주한 폭포의 위용은 단순한 풍경이 아니었다. 그것은 인간이 감히 헤아릴 수 없는 생명의 힘, 그리고 자연의 경외감을 온몸으로 전하는 메시지였다.

육담폭포 앞에서 드러난 토왕골 자태


트래킹 길은 결코 쉽지 않았다. 빗물에 젖어 미끄러운 바위, 숨을 몰아쉬게 만드는 가파른 오르막은 끝없이 도전을 요구했다. 그러나 그 길 위에서는 오히려 웃음이 터져 나왔다. 누군가는 뒤에서 등을 밀어주고, 또 누군가는 앞서 걸으며 길을 밝혀주었다. 힘겨움 속에서 서로를 북돋아 주는 순간, ‘함께한다’는 것의 진정한 의미를 새삼 깨닫게 되었다.
숫자가 적어도 좋았다. 날씨가 험해도 괜찮았다. 마음이 충만했기 때문이다. 오늘의 산행은 단순히 비를 맞으며 걸은 하루가 아니었다. 그것은 비와 바람, 그리고 벗들과 어우러져 삶의 한 장면을 새롭게 써 내려간 값진 시간이었다.

단풍이 시작되는 백담계곡 전경


세상은 늘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그러나 어긋난 자리에서 오히려 더 선명한 행복이 움트고, 흔들린 발걸음 속에서 진정한 즐거움이 피어난다. 설악산 비룡폭포 앞에서 느낀 벅찬 감정처럼, 인생의 길 또한 힘들고 험할수록 더 깊은 감동을 안겨준다.

비룡폭포의 웅장한 모습


벗들과 행복의 한장을 새롭게 담아보는 새로운 추억을 만드는 시간이 너무나 소중한 하루였다. 비 오는 날 설악산에서 찾은 행복은 바로 그 사실을 일깨워 주었다. 오늘의 땀과 웃음이 곧 인생을 빛내는 진정한 추억이 되리라 믿는다.

발행인겸 필자 김명수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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