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수 나침반)


정당은 외부의 공격으로 무너지지 않는다. 대부분은 내부의 침묵, 방치, 그리고 서로가 알고도 외면해온 진실 때문에 스스로 붕괴한다. 지금 민주당이 맞닥뜨린 위기는 바로 그 전형적인 모습이다.

김병기가 원내대표 자리에서 물러나며 던진 마지막 카드는 단순한 폭로가 아니었다. 그것은 “나 혼자 희생양이 되지 않겠다”는 정치적 선언이었고, 동시에 민주당 권력 구조의 급소를 겨냥한 자폭이었다.

그 중심에 놓인 것이 이른바 ‘강선우 1억 뇌물 의혹’이다.
김 원내대표는 이 대화를 본인이 직접 녹음했고, 동료의 약점을 잡기 위한 '보험'이었을까? 동료의 눈물을 녹취하는 그 비정함에 소름이 돋긴하다.

한 개인의 일탈이 아닌, 구조를 겨눈 폭탄

이 사안이 단순히 “두 여성 정치인의 부적절한 거래 의혹”으로 끝나지 않는 이유는 명확하다. 의혹이 사실이라면, 그것은 개인의 도덕성 문제가 아니라 공천 시스템 자체에 대한 질문이기 때문이다.

녹취록이라는 형식으로 제시된 정황은 충격적이다. 공천을 원하는 인물, 돈이 오가는 과정, 그리고 그 이후의 정치적 보상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돈의 액수가 아니라, 돈이 작동하는 방식이다.

공천이 경쟁이 아니라 거래로 인식되는 순간, 정당은 민주주의의 통로가 아니라 사적 권력의 시장으로 전락한다.

김병기의 선택은 우연이 아니다. 그는 이 둘을 정확히 관통하는 지점을 건드렸다. 정청래에게는 “당신이 키운 핵심 인물”이라는 질문을, “이 공천 구조의 최종 수혜자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동시에 던진 것이다. 그래서 이 폭로는 어느 한 계파의 문제가 될 수 없고, 어느 누구도 안전지대에 있을 수 없다.

반복되는 데자뷔, 더 커진 스케일

많은 이들이 이 사태에서 송영길 돈봉투 사건을 떠올린다. 그때도 처음엔 “개인의 일탈”이라 했고, 곧이어 “관행이었다”는 말이 흘러나왔다. 차이가 있다면 규모다. 수백만 원이 아니라 억 단위라는 점, 당대표 선거가 아니라 지방선거 공천 전반이라는 점이다.

만약 이 의혹들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그것은 일부 정치인의 추문이 아니라 민주당 공천 시스템 전반에 대한 국민적 신뢰 붕괴를 의미한다.

김병기의 선택, 비겁함인가 절규인가

김병기를 옹호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그의 행동을 이해하려는 노력은 필요하다. 그는 지금 다수의 혐의로 수사를 받는 상황에서 정치적 보호막을 잃었다고 느꼈을 것이다. 기여는 기억되지 않고, 책임만 개인에게 돌아오는 순간, 정치는 가장 잔인해진다. 그가 선택한 방식은 분명 파괴적이었지만, 그 파괴의 방향은 개인이 아니라 구조를 향하고 있었다.


“함께 책임지지 않으면, 함께 무너질 수밖에 없다”는 메시지.
그것이 이번 폭로의 본질이다.

민주당의 위기는 지금부터다

이 사태의 진짜 무서움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는 데 있다. 수사 과정에서 무엇이 더 드러날지, 누가 입을 열지, 그리고 그 고백들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아무도 모른다.

정당은 위기를 숨긴다고 살아남지 않는다. 오히려 가장 아픈 곳을 스스로 도려낼 때만 다시 설 수 있다. 지금 민주당 앞에 놓인 선택지는 분명하다.

내부 고발자를 배신자로 낙인찍고 덮을 것인가 아니면, 고통스럽더라도 구조 자체를 해체하고 다시 세울 것인가

지금 국민은 이미 지켜보고 있다. 누가 살아남을지가 아니라, 정치가 다시 신뢰받을 수 있는지를 똑똑히 목도하고 있다 .

민주당의 위기는 외부의 공격이 아니다. 그것은 오랫동안 묵인해온 방식이 한계에 도달했음을 알리는 경고음이다.

그리고 그 경고를 외면하는 순간, 정당은 더 이상 미래를 말할 자격을 잃는다.


"조중동 e뉴스" 필자 겸 발행인 김명수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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