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이를 위로하고 미운 이를 용서하고.” 이 문장은 이해인 수녀님의 성탄 편지에 담긴 고백이다. 필자 또한 이 문장을 마음에 새기며 이렇게 덧붙이고 싶다. 잊힌 이를 다시 기억하고, 쓰러진 이를 일으켜 세우며, 길 잃은 이의 손을 잡아 주는 권력, 지금 우리 사회가 갈망하는 것은 바로 그러한 권력이다.
진정 국민을 위한 권력 행사는 특정 개인이나 집단을 위한 것이 아니다. 권력은 본래 국민으로부터 위임된 것이며, 그 목적은 오직 공공의 이익에 있어야 한다.
반복되어 온 권력 남용의 역사
대한민국의 정치사는 권력 남용과 그로 인한 국민 권익 침해가 반복된 역사였다. 자유당 정권에서는 경찰이, 군사정권에서는 군대가, 문민정부 이후에는 검찰이 권력 유지의 핵심 수단으로 활용되었다. 시대와 방식은 달랐지만, 권력이 특정 기관과 집단에 집중될 때 국민이 피해자가 되었다는 점은 동일하다.
문제의 본질은 인물이나 정권이 아니라 권력 구조 그 자체에 있다
오늘날 한국 정치의 고질적 문제는 대통령 권력의 독주, 다수 정파의 입법 독점, 끝없는 진영 갈등, 그리고 협치와 타협의 부재다. 이는 어느 한 정권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 구조의 구조적 한계에서 비롯된 결과다. 진정한 개혁을 위해서는 권력 남용을 통제하는 정치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
사법부와 사정기관 또한 정치 권력으로부터 완전히 독립되어야 한다. 감사원, 법원, 검찰, 경찰은 정권의 이해관계가 아니라 헌법과 법률에만 충성해야 한다.
사법부 개혁 역시 필수적이다. 판사 임명 기준을 다양화하고, 판사 임기를 사실상의 종신제로 전환해 외부 압력 없이 독립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퇴직 판사에게 변호사 자격을 자동 부여하지 않는 제도를 도입해 ‘전관예우’의 뿌리를 차단해야 한다.
권력 분산없이는 민주주의도 없다
대통령의 권한 분산 또한 병행되어야 한다. 주요 공직자의 임명권을 국회나 독립위원회로 이관해 권력 집중을 방지하고, 견제와 균형의 원칙을 실질적으로 구현해야 한다. 권력 분산은 민주주의를 약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국민 신뢰를 회복하는 가장 확실한 길이다.
권력 구조 재편은 선택이 아니라 필연이다
권력 구조의 재편, 사법·사정기관의 독립성 강화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다. 이는 단기적 정치 유불리를 넘어, 국민적 합의와 정치적 성숙 위에서 추진되어야 한다.
권력은 굶주린 존재가 되어서는 안 된다
권력이란 슬픈 이를 위로하고, 잊힌 이를 기억하며, 쓰러진 이를 일으켜 세우는 것이어야 한다. 그것이 대한민국 정치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며, 민주주의가 다시 숨 쉬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