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법정에서조차 ‘법 위의 자기 확신’만 남겼다
끝내 사과는 없었다.
책임 인정도, 성찰도 없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최후진술은 헌정 파괴 이후에도 달라지지 않은 권력자의 자기 확신을 그대로 드러냈다.
X
윤석열 전 대통령 [서울중앙지법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조중동e뉴스] 이혜민 기자
26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결심 공판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와 그에 따른 일련의 행위에 대해 끝까지 “정당했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의 발언 어디에도 국민에 대한 사과는 없었고, 법치에 대한 겸허함도 없었다.
대신 그는 법정에서조차 모든 책임을 ‘거대 야당’과 ‘내란몰이’로 돌렸다.
국회가 국정을 마비시켰고, 자신은 국민을 깨우기 위해 계엄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 논리는 묻지 않는다.
헌법이 허용하지 않는 방식으로 권력을 행사할 권리가 대통령에게 있는가라는 가장 기본적인 질문을. 윤 전 대통령은 공수처 수사를 “코미디”라고 표현하며 체포영장 집행 자체가 위법이라고 주장했다. 경호 방해 역시 “대통령 경호는 아무리 과해도 문제없다”는 말로 정당화했다. 이는 단순한 법리 다툼이 아니다.
법의 한계를 권력의 필요로 무력화하려는 사고방식이다.
X
발언하는 백대현 부장판사 (서울=연합뉴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특수공무집행방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사건 1차 공판이 열린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백대현 부장판사가 발언하고 있다. 2025.9.26 [사진공동취재단] photo@yna.co.kr
더 심각한 문제는 기억의 부재다.
지난 3년간 그가 직접 했던 말들, 스스로 강조했던 법치와 공정, 절차와 헌법의 가치는 법정에서 더 이상 언급되지 않았다. 마치 그 모든 발언은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그는 오직 “나는 옳다”는 주장만 반복했다.
법치국가에서 가장 위험한 순간은,
권력이 법을 해석하는 주체가 되려 할 때다.
윤 전 대통령의 최후진술은 반성 없는 개인의 방어를 넘어,
대통령 권력을 법 위에 두려는 인식이 아직도 살아 있음을 보여줬다. 계엄을 해제했으니 문제없다는 논리, 경호라는 이름이면 모든 행위가 정당화된다는 주장, 정치적 판단은 사법 판단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인식은 민주공화국의 토대를 부정하는 태도다.
X
[그래픽] 윤석열 전 대통령 기소 현황(종합) (서울=연합뉴스) 원형민 김민지 기자 =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윤석열 전 대통령을 대선후보 시절 건진법사 전성배씨 등과 관련한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26일 재판에 넘겼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윤 전 대통령이 재판에 넘겨진 것은 이번이 8번째다.
minfo@yna.co.kr
X(트위터) @yonhap_graphics 페이스북 tuney.kr/LeYN1
이번 재판은 단순히 한 전직 대통령의 형량을 정하는 절차가 아니다.
헌법을 위협한 권력도 결국 법 앞에 설 수 있는가를 가르는 시험대다.
반성이 없는 권력은 반복된다.
기억하지 않는 책임자는 다시 같은 선택을 한다.
그래서 이 사안은 결코 ‘좋게’ 쓸 수 있는 기사가 아니다.
비판은 감정이 아니라, 민주주의의 최소한의 방어다.
팩트로 세상을 읽고, 제도로 사회를 바꾼다. — 조중동e뉴스
<저작권자(c) 조중동e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