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문장 하나가 우리사회 전체를 송두리째 흔들었다. “살려 주세요. 후회합니다.”
정희원 교수의 사생활 논란 이후 전해진 이 임벡트있는 메시지는 단순한 개인의 감정 표현을 넘어, 오늘날 우리 사회가 명성과 신뢰를 소비하는 방식, 그리고 실수한 개인을 대하는 태도를 되묻게 한다.
정 교수는 한때 ‘저속노화’라는 개념을 우리 사회에 '대중화'하며 신뢰와 영향력을 동시에 쌓아온 인물이다. 그의 말은 곧 삶의 지침처럼 받아들여졌고, 그는 하나의 ‘상징 자본’이 되기도 했다. 그렇기에 사생활 논란이 불거지자 실망과 배신감은 걷잡을 수 없이 증폭됐다.
공적 발언과 사적 행위 사이의 괴리가 드러나는 순간, 신뢰는 눈 녹듯 사라진다. 전문가의 권위는 학식뿐 아니라 삶의 태도 위에 세워진다는 냉혹한 현실을 다시 확인하게 된다. 그러나 문제는 그 이후다. 비판은 필요하다.
공적 영향력을 누려온 인물일수록 책임의 무게가 무겁다는 점도 부인하기 어렵다. 다만, 비판이 곧 인격 말살로 이어지는 사회는 건강하지 않다. “후회합니다”라는 고백마저 조롱과 공격의 대상이 되는 순간, 우리는 정의를 말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집단적 분노를 배설하고 있는 것인지 되돌아봐야 한다. 특히 디지털 공간의 잔혹성은 이번 논란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클릭과 공유, 댓글을 통해 확산되는 비난은 통제력을 잃기 쉽다. 한 사람의 삶은 순식간에 해체되고, 사과는 ‘늦었다’는 이유로, 혹은 ‘진정성이 없다’는 이유로 다시 도마 위에 오른다.
“살려 달라”는 외침은 바로 이 무자비한 구조를 향한 절규처럼 들린다. 이번 사태가 던지는 질문은 분명하다. 우리는 실수한 인물에게 어떤 사회인가. 완벽함만을 요구하다가 추락의 순간에 돌을 던지는 사회인가, 아니면 책임을 묻되 회복의 기회 또한 허락하는 사회인가?.
진정한 반성은 말이 아니라 이후의 행동과 시간 속에서 증명된다. 동시에 사회 역시 실수 이후의 변화 가능성까지 평가할 줄 아는 성숙함을 가져야 한다.
정희원 교수의 논란 당사자에게 보낸 사과 메시지는 개인의 고백을 넘어 하나의 사회적 거울이다. 그 거울 속에 비친 것은 한 사람의 추락이 아니라, 신뢰를 만들고 부수는 우리의 방식이다. 비판하되 파괴하지 않는 것, 책임을 묻되 존엄을 지키는 것.
지금 우리 사회에 가장 필요한 윤리는 어쩌면 바로 그 절제일지도 모른다.
김창권 大記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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