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가 실종된 자리에 진흙탕 싸움만 남았다.

최근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둘러싼 각종 의혹과 그에 대응하는 정치권의 공방을 지켜보는 국민의 마음은 참담하다. 사실관계의 유불리를 떠나, 고위 공직자이자 여당의 중책을 맡은 인사가 보여주는 태도에서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 정치는 '말'이 아닌 '태도'로 완성

정치인에게 억울함은 숙명과도 같다. 때로는 악의적인 프레임에 갇히기도 하고, 때로는 사실이 왜곡되어 공격받기도 한다. 그러나 대중의 신뢰를 먹고 사는 정치인이라면, 그 억울함을 해소하는 방식이 '독설'과 '맞폭로'여서는 안 된다.

지금 김병기 의원에게 필요한 것은 날 선 반박문이 아니라, 자신으로 인해 정치권이 소란해지고 국민이 피로감을 느끼게 된 상황에 대한 진솔한 사과다.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심려를 끼쳐 송구하다"는 한마디는 결코 패배의 선언이 아니다. 오히려 공적 책임을 지는 정치인으로서 갖춰야 할 품격이자,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있다는 가장 강력한 신호다.

폭로전의 끝은 결국 정치 혐오뿐

현재 벌어지는 양상은 전형적인 '진흙탕 싸움'이다. 상대의 치부를 들춰내어 자신의 허물을 덮으려는 시도는 일시적으로 지지층을 결집시킬 순 있어도, 중도층과 일반 국민에게는 정치 자체를 혐오하게 만드는 독약이 된다. 특히 원내사령탑이라는 막중한 위치에 있는 인물이라면 자신의 행보가 당과 국회 전체에 미칠 파장을 고려했어야 한다.

국민은 누가 더 '덜 나쁜가'를 가리는 싸움에 관심이 없다. 누가 더 '책임 있는 자세'로 국정에 임하는가를 보고 싶어 할 뿐이다.

-'先사과, 後 해명'의 원칙

민심은 냉정하다. 본인의 결백은 수사와 법적 절차를 통해 증명하면 될 일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보여주는 고압적인 태도나 남 탓을 일관하는 모습은 설령 법적으로 무죄일지라도 정치적으로는 이미 유죄 판결을 받는 것과 다름없다.

지금이라도 김병기 의원을 비롯한 정치권은 낮고 겸허한 자세로 돌아가야 한다. 먼저 국민 앞에 고개를 숙이고, 그다음 차분하게 사실관계를 설명하는 것이 순서다.

정치의 기본은 소통이고, 소통의 시작은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는 용기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김창권 大記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