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너진 것만 보지 말고, 여전히 나를 살아 있게 하는 것들을 보자

살다 보면 그런 순간이 있다. 왜 이렇게 꼬이기만 할까, 왜 나한테만 이런 일이 일어날까. 내 스스로도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마음이 무너지는 날들이 발생할 때 유대인의 한 속담이 조용히 말을 건넨다. “다리가 하나 부러졌다면, 두 다리가 모두 부러지지 않아서 감사하라. 두 다리가 부러졌다면, 목이 부러지지 않아서 감사하라. 만일 목이 부러졌다면… 더 이상 걱정할 일이 없을 것이다.”

조금 충격적인 표현이지만, 여기에 담긴 메시지는 단순하다. 어떤 고난도 완전한 끝은 아니다. 아직 살아 있고, 남아 있는 것이 있다는 사실은 생각보다 큰 힘이다.

잃어버린 것에 갇히면, 남아 있는 것을 못 본다

우리는 실패한 것, 놓친 것, 남보다 뒤처진 것만큼은 기가 막히게 잘 기억한다. 하지만 정작 ‘아직 내게 남아 있는 것’은 너무 당연해서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어느 날, 자신의 형편을 한탄하던 청년에게 한 노인이 말했다 “자네는 엄청난 재산을 갖고 있으면서 왜 이렇게 불평이 많나?” 청년이 놀라 묻자, 노인은 조용히 되물었다. “그럼 자네 두 눈을 나에게 주게. 대신 원하는 걸 다 주겠네.” 청년은 단번에 고개를 저었다. 손을 달라는 말에도, 그는 그 어떤 대가와도 바꿀 수 없다고 했다. 그리고 노인은 웃으며 말했다. “봐라. 자네는 이미 ‘배울 눈’과 ‘일할 손’을 가진 사람일세. 그게 얼마나 큰 재산인지 이제 알겠나?”

우리는 가끔 너무 많은 걸 잃었다고 생각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이어폰이 끊어졌다면 음악을 들을 귀는 남아 있고, 연애가 끝났다면 사랑을 느낄 심장은 여전히 뛰고 있다. 무너진 것만 보지 말고, 여전히 나를 살아 있게 하는 것들을 보자. 그게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힘이다.

건강은 생각보다 더 큰 ‘기회 그 자체’다

돈이 없으면 불편하지만, 살 수 있다. 명예가 사라져도 삶이 끝나는 건 아니다. 하지만 건강을 잃으면, 삶의 모든 옵션이 사라진다. 젊을 때는 ‘건강’이라는 말이 너무 뻔하게 들릴지 모른다. 하지만 건강은 단순히 아프지 않은 상태가 아니다. 도전할 자유, 다시 시작할 용기,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할 힘 등 이 모든 것의 바탕이 바로 건강이다. 몸이 버티지 못하면, 꿈도 노력도 의지도 결국 멈춰 버린다. 지금 숨 쉬고, 걷고, 생각할 수 있다는 건 그 어떤 스펙보다, 어떤 자격증보다 강력한 능력이다.

그래도, 저승보다 이 세상이 더 나은 이유로 ‘전분세락(轉糞世樂)’이라는 말이 있다. 조금 투박하지만 강렬한 말이 있다. “개똥밭에 굴러도 저승보단 이승이 낫다.”

삶이 엉망진창 같아도, 내일이 보이지 않아도, 심장이 뛰는 한 아직 끝이 아니다. 기쁨도 슬픔도 설렘도 상처도 살아 있어야 비로소 느낄 수 있는 감정들이다. 우리가 매일 조금씩 자라는 것도, 다시 일어나는 것도, 모두 ‘살아 있음’이라는 조건이 있어서 가능한 일이다. 살아 있다는 건, 그 자체로 이미 인생의 기적이 아니던가.

당신이 오늘도 숨을 쉰다면, 가끔은 괜찮아 보이려고 애쓰지 않아도 된다. 힘든 날이면 그냥 힘들다고 말해도 된다. 하지만 기억하자. 지금 이 순간 숨을 쉬고 있다는 것, 그건 아직도 선택할 수 있고, 새로 시작할 수 있고, 어떤 방향으로든 나아갈 수 있다는 뜻이다.

누군가는 ‘살고 싶어도 살 수 없는 현실’에 갇혀 있기에, 당신의 오늘은 결코 가벼운 하루가 아니다. 부디, 살아 있는 동안은, 숨 쉬는 그날까지는 조금은 천천히, 조금은 다정하게, 강녕(康寧)하게 살아야 할 것이다. 세상은 만들어가는 자의 몫이기 때문에.

발행인겸 필자 김명수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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