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사태 1년] ⑥ 각계 전문가 "시대 역행이자 국민주권시대 여는 계기"
前 국회의장들 "尹 책임 커…정부·여당이 화합의 길 열어야"

사회 원로·전문가 "평화적 계엄 해제에 자긍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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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사당 본관 전경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김치연 김정진 이미령 최원정 기자 = 정치·사회 원로와 전문가들은 12·3 비상계엄 1년을 앞두고 계엄 사태가 시대를 역행하는,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라면서 이를 평화적으로 종식한 국민적 역량을 높게 평가했다.

이들은 다시는 계엄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민주 제도적 토대를 강화하는 동시에 극단이 아닌 통합의 정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전직 국회의장들은 더불어민주당과 정부엔 포용의 정치를, 국민의힘에는 쇄신 필요성도 각각 강조했다.

◇ 문희상 전 국회의장

12·3 비상계엄은 절대 있어선 안 될 일이었다. 국회나 야당을 적으로 돌리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민주주의는 공존을 근본으로 한 제도이고 대한민국 헌법 정신이다.

애초 계엄의 근본 원인이 된 것은 양극화 현상이 맞지만, 계엄을 일으킨 사람들의 책임이 제일 크다. 다른 이유는 다 핑계일 뿐이다. 국회가 대화와 타협을 하지 않고 극단적으로 갔을 때는 대통령의 책임이 제일 큰 것이다.

1년 전 계엄 사태를 극복하고 현재 통합의 길로 간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재명 대통령의 탁월한 국가 경영 능력에 이제 국민 통합이 더해져야 하고 변화를 위한 여야 정당의 노력이 절실하다. 여야 정당은 대통령을 따라가지 못하고 최악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여야가 상대를 적으로 규정하고 인정하지 않는 태도는 민주주의의 기본을 훼손하는 것이다. 독선의 함정에 빠지면 윤 전 대통령의 실패를 답습할 우려가 있다. 현재 정치권은 상대의 파멸을 바라는 지경까지 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국민 통합을 위한 첫걸음은 개헌이다. 이 대통령의 국정과제 첫머리에 오른 만큼 개헌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 구체적으로는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개헌 투표가 반드시 실시돼야 한다.

개혁은 집권 초기 신속하게 전광석화처럼 하면서 동시에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를 절대 소홀히 하면 안 된다. 여와 야는 공동체를 지탱하는 양 날개와 같다. 한쪽만 커지면 넘어진다.

◇ 김형오 전 국회의장

12·3 계엄은 시대를 역행하는 짓이었다. 극도로 후진적인 발상이고 우리 국민의 수준을 낮춰버린 사건이다. 다만 계엄은 이튿날 새벽 공식적으로 해제됐고, 사실상 내란은 계엄이 해제된 직후인 작년 12월 4일부터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 심판 선고일인 4월 4일까지였다고 본다. 그 기간 나라가 두 쪽이 나고 혼란 상태가 지속됐다.

계엄 사태로 극도의 혼란을 야기한 1차적인 책임은 윤 전 대통령에게 있지만, 2차적인 책임은 현 여권에 있고, 3차적인 책임은 국민의힘에 있다. 모든 정치 지도자가 여기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런데 칼을 쥔 사람이 칼을 뺏긴 사람에게 모든 것을 몰아치고 죄인 취급하면 국민 분열이 오래 지속된다.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은 국민을 통합하고 싸안는 정치로 나아가야 한다. 계엄의 책임을 윤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에만 돌리는 식으로 하면 전술적으로는 승리할 수 있을지 몰라도 전략적으로는 승리할 수 없다.

국민의힘은 새로 태어나지 않으면 안 된다. 국민의힘은 계엄 사태의 최대 피해자이지만 본인들의 잘못된 행태와 약한 투쟁력 때문에 국민의 외면을 받고 있다. 민심을 되찾으려면 새롭게 다시 태어나는 수밖에 없다.

◇ 박일환 전 대법관

작년 비상계엄 선포 뒤 우리나라 수준을 볼 때 평화스럽게 잘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돼가고 있다. 전체적인 수준은 평화롭게 수습이 잘 돼 민주주의로 봐서 세계에서도 모범적인 나라가 됐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국민 의식 수준이 많이 올라간 것이다. 헌법이나 국민 기본권에 대한 의식이 높아지고 상대적으로 남의 권리를 함부로 침해해선 안 된다는 생각을 모든 국가기관에 종사하는 사람들도 인식해 부당한 명령은 따르지 않는 좋은 현상이 생겨났다.

우리나라도 헌법재판소를 만들고 여러 노력을 한 결과 결국 헌법에 대한 국민 인식이 추상적 조문에 그치지 않고 우리 실생활에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을 학습했다. 헌법이 우리 생활에서 하나의 규범으로 작동한다는 게 중요하다.

군을 정략적으로 동원해선 안 된다는 건 모든 사람이 동의하는데, 나아가 요즘처럼 법원이나 감사원 같은 기관도 중립적으로 스스로 활동할 수 있게 인사권자가 보호해야 하며 '내 편'으로 만들어서 하겠다는 식이어선 안 되겠다.

◇ 이헌환 아주대 로스쿨 교수

우리 사회 내부에서 그동안 국민주권이 아니라 일부 사회세력, 군부나 이승만 전 대통령 당시는 경찰, 재벌 세력 같은 '부분 세력'이 계속 국가 영역을 장악해왔다. 검찰 세력이 마지막으로 우리 사회의 부분 세력으로서 국가 영역을 장악했던 것이 비상계엄과 탄핵으로 종말을 고했다. 그렇게 실질적이고 진정한 의미의 국민주권 시대를 열 수 있게 됐다는 의미가 있다.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우리나라가 19세기 말에서 20세기를 거쳐오면서 서구 세력이 밀려 들어오고 일제에 의해 국토가 강점당하고 국토가 분단되는 일련의 역사를 겪었다. 넓은 의미에서 바라보면 인류 역사 차원에서 그런 경험을 극복해내는 과정이었다고 본다.

◇ 김상근 목사

내란의 평화적 진압은 세계 역사에 유례없는 일이다. 대한민국이 세계에서 올바른 가치를 선도하는 자리에 서 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자긍심과 자부심을 느낀다. 다만 사법부와 검찰이 내란을 신속하고 세세하게 단죄하지 못하고 시민들의 뜻을 제대로 따라오지 못하고 있어 아쉽다. '빛의 혁명'을 이끈 시민들이 검찰의 기소와 사법부의 선고를 믿지 못하는 건 유감스러운 일이다.

물론 가담자들의 사법 처리가 내란 종식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없도록 확고한 민주적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 어떤 계층도 소외 없이 모든 국민이 주인이 돼야 한다. 이 땅에 함께 살고 있는 수많은 사람이 행복할 수 있는 나라가 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내란 종식이라고 생각한다.

stop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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