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폴란드 '오르카 프로젝트'에서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이룬 'K-조선 원팀'이 스웨덴 사브에 밀려 8조 원 규모의 잠수함 수주에 실패한 것은, K-방산 수출 신화에 경종을 울리는 뼈아픈 교훈이다.

우리의 잠수함 기술력은 분명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리튬이온 배터리, 수직발사체계(VLS) 통합 등은 다른 경쟁국들이 갖추지 못한 독보적인 강점이다. 그러나 폴란드 고배는 '기술 스펙'만으로는 더 이상 글로벌 방산 시장을 지배할 수 없다는 냉정한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 '맞춤형' 경쟁력의 부재

폴란드는 러시아와의 긴장이 고조된 발트해에서 작전할 잠수함을 원했다. 발트해는 얕은 수심과 복잡한 해안선으로 유명하다. 승리한 스웨덴 사브의 A26 블레킹급 잠수함은 이러한 '발트해 특수성'에 최적화된 설계와 은밀한 매복 능력을 강조하며 폴란드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반면, 한국이 제시한 잠수함은 뛰어난 '만능 스펙'을 갖췄지만, 발주국의 특정 작전 환경과 운용 교리에 얼마나 철저히 맞춤화되었는지에 대한 의문이 남는다.

이제 K-조선은 단순히 "우리 배터리가 더 오래간다"는 스펙 나열을 넘어, "이 잠수함이 당신 나라의 바다에서 어떻게 적의 위협을 가장 효과적으로 막아낼 수 있는가"라는 구체적인 '작전 솔루션'을 제시해야 한다.

수주전은 단순한 가격 경쟁이 아니다.폴란드는 EU 회원국으로서 유럽산 무기를 우선하는 '바이 유러피언' 기조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다. 스웨덴은 이러한 유럽 연대 속에서 폴란드 내 조선소 투자, 폴란드산 무기 구매 약속 등 경제적·산업적 협력 패키지를 제시하며 정치적 지지를 끌어냈다.

한국 정부와 기업이 아무리 좋은 기술과 금융 패키지를 제시해도, 경쟁국이 '일자리 창출 파트너'와 '전략적 안보 운명 공동체'로서의 가치를 강조하면 장벽을 넘기 어렵다. 특히 재정 여력이 부족한 국가에는 ODA(공적개발원조) 연계 기지 건설과 별도 차관 지원 등 창의적인 금융 및 현지화 전략인 '현지화 2.0'이 절실히 요구된다.

- 캐나다에서 반드시 설욕해야

K-조선은 이제 캐나다(최대 60조 원), 필리핀, 그리스 등 초대형 잠수함 수주전을 앞두고 있다. 특히 캐나다는 북극해 잠수함 작전 능력을 핵심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폴란드 고배의 교훈은 명확하다. 북극해의 혹독한 환경과 캐나다 해군의 특수성에 맞는 '생존 능력'을 최우선으로 제시해야 한다.

잠수함은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수십 년간 안보 운명을 함께 할 '전략적 자산'이다. 한국 정부는 '세일즈 외교'를 넘어, 발주국에 '안보 제공자'로서의 전략적 비전과 신뢰를 심어주어야 한다.

기술력은 이미 충분하다. 이제 K-조선은 냉철한 전략, 유연한 현지화, 강력한 정부 지원이라는 삼박자를 갖춰, 이번 고배를 사법 신뢰 회복의 중요한 전환점으로 삼아야 한다.

김창권 大記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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