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지층 결집, 정치적 기술인가

저물어가는 2025년 한국 정치 지형을 뒤흔들었던 가장 기묘한 문서 중 하나는 28일 유튜브 채널 '전한길 뉴스'를 통해 공개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옥중 편지'다. 내란 혐의로 구속 수감되어 사법 심판대에 오른 피의자의 입에서 나온 메시지는, 단순한 개인의 심경 토로를 넘어선 정치적 선언문의 성격을 띠었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사 학원강사 전한길 씨에게 보낸 편지에서 그를 "하느님이 보내주신 귀한 선물"이라 극찬하며 지지층의 핵심 인물에게 무게를 실어준 행위는, 논란의 정점을 찍었다.

이 편지들은 과연 현 상황에 대한 인식 부족을 드러낸 것일까, 아니면 계산된 정치적 결집 기술이었을까? 가장 큰 비판은 편지 내용이 자신의 사법적 상황에 대한 심각성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었다는 점이다. 구속된 피의자로서 법정의 판단을 겸허히 기다리기보다, 자신에 대한 수사를 "악의적인 정치 탄압"으로 규정하고, 12.3 비상계엄이 "정당한 명령"이었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는 법치주의의 근간을 훼손하는 사법 경시 태도로 비칠 수밖에 없다. 편지가 강성 일부지지층에게는 '억압받는 영웅'의 이미지로 소비될지 몰라도, 다수 국민에게는 법과 정의를 무시하고 자신의 행위를 끝까지 정당화하려는 오만함으로 읽혔다. "제정신인가"라는 격앙된 반응은 바로 이러한 인지 부조화에서 비롯된 것이다.

- '옥중 정치' 두 가지 효과

그러나 이 '옥중 편지'를 단순한 감정적 표출로만 치부하기는 어렵다. 여기에는 치밀하게 계산된 정치적 의도가 내재되어 있다.

전한길 씨와 같은 영향력 있는 인사 및 부정선거론을 주장하는 인물에게까지 안부를 전하는 행위는, 외부에 고립된 상황에서도 이념적 동지들과의 연결고리를 끊지 않겠다는 강력한 신호다. 이는 지지층을 이탈 없이 굳건하게 결집시키는 최적의 '호소 전략'이다.

편지를 통해 윤 전 대통령은 자신을 '범죄 피의자'가 아닌, 나라의 안위를 걱정하다 부당하게 탄압받는 '순교자적 정치인' 프레임으로 전환하려 시도했다. "나라와 국민의 미래가 걱정된다"는 그의 메시지는 지지자들에게는 탄압의 부당성을 호소하는 강력한 修辭로 작용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의 옥중 편지는 사법적 판단을 받아야 할 피의자가 정치적 여론전을 펼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연출했다. 이 문건은 한국 사회에 '사법 절차의 존중'과 '정치적 선동' 사이의 경계가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는가에 대한 무거운 질문을 던지고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재판 결과와 관계없이, 이 '옥중 편지'는 향후 정치사에서 논란과 분석의 대상이 될 중요한 기록으로 남을 것이기 때문이다.

김창권 大記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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