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영화 제친 日애니 '귀멸의 칼날'…장대한 서사로 관객 잡았다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 누적 관객 563만8천…'좀비딸' 제치고 정상에

"과거 애니메이션 흥행작 많았는데…한국영화 부진 영향도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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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 포스터 [애니맥스브로드캐스팅코리아 제].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정래원 기자 =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이하 '무한성편')이 올해 상영작 중 가장 많은 관객이 본 영화가 되면서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의 국내 박스오피스 기록을 새로 썼다.

22일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무한성편'의 누적 관객 수는 563만8천여 명으로, 기존 1위였던 '좀비딸'(563만 7천여명)의 기록을 뛰어넘었다.

일본 영화가 한 해 국내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건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이 운영을 시작한 2004년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제작 국가와 관계 없이 애니메이션 영화가 1위를 차지한 것 자체가 '무한성편'이 최초다.

연말까지 한 달여 기간이 남아 있지만 2위로 밀려난 '좀비딸'이 뒤집기에 성공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21일 실적 기준 국내 박스오피스를 보면 '무한성편'이 9위, '좀비딸'은 41위로 상당한 격차가 있는 상황이다. 연내에 개봉 예정인 다른 영화가 '무한성편'을 능가할 가능성도 거의 없다.

◇ 3부작 최종화의 첫 번째 국면…원작팬 사로잡는 장대한 서사

'무한성편'의 이례적 흥행 비결로는 최종화의 서두에 걸맞은 장대한 서사가 우선 꼽힌다.

'무한성편'은 소토자키 하루오 감독이 고토게 고요하루오의 만화 '귀멸의 칼날'을 원작으로 삼아 3부작으로 만들겠다고 예고한 최종 국면 중 첫 번째 편이다.

인간을 주식으로 삼는 혈귀와 이들을 소탕하려는 조직 귀살대의 대결이 펼쳐진다. 특히 양 진영에서 주인공급인 핵심 캐릭터들이 '무한성'이라는 공간에 모여 벌이는 마지막 싸움이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혈귀와 귀살대의 전투가 무한성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지고, 패자는 바로 죽는 '데스 게임'인 만큼 스케일도 장대하다.

특히 혈귀의 공격에 희생되는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싸우는 귀살대 핵심 멤버는 물론이고, 생김새와 성격 모두 극악한 혈귀 캐릭터에마저 감정이입을 하도록 서사를 부여해 원작 팬들을 끌어모았다.

이를테면 '무한열차편'(2021)에서 실질적 주인공 격인 귀살대원 렌고쿠 쿄쥬로를 죽게 한 빌런 캐릭터인 '상현 3' 도깨비 아카자의 경우, 혈귀가 된 과정에서 겪은 사랑 이야기가 소개돼 관객의 눈물을 자아낸다.

원작 팬들은 'N차 관람'을 통해 찾아낸 깨알 같은 장면들이나, 인물들이 삶의 기로에서 특정한 선택을 한 배경 등을 추론할 수 있는 단서들을 찾아 공유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영화를 즐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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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 포스터 [애니맥스브로드캐스팅코리아 제]. 재판매 및 DB 금지

◇ 'N차 관람' 유발하는 '굿즈 상영'…4DX 등 특수관 관람도 인기

귀살대원 각각의 특징이 반영된 무기인 '일륜도' 키링과 인기 캐릭터의 모습이 담긴 스티커나 포스터 등 '굿즈'(기념품)도 흥행의 촉매제 역할을 했다.

'무한성편'은 특히 개봉 첫 주부터 매주 다른 굿즈를 제공하는 현장 이벤트를 진행했다.

귀살대원인 기유와 시노부, 교메이 등 인기 캐릭터들의 조합으로 구성된 조각 스티커는 개봉 6주 차에 제공됐고, 하나에 나쓰키(탄지로 역), 이시다 아키라(아카자 역) 등 주요 성우들의 인터뷰를 담은 책은 개봉 11주 차에 선착순 증정됐다.

한정판 굿즈를 원하는 팬들은 매주 극장별 이벤트 목록을 확인하고 예매 전쟁을 벌이며 'N차 관람'의 대열에 합류했다.

이런 마케팅 전략은 '무한성편'에만 국한한 것이 아니다. '극장판 체인소 맨: 레제편'과 '극장판 주술회전: 회옥·옥절' 등 최근 개봉한 일본 애니메니션 영화들에서 공통으로 확인된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원작의 팬덤이 확실한 작품일수록 'N차 관람' 유도를 위해 굿즈 이벤트를 촘촘하게 기획한다"며 "극장마다 이를 공략하기 위한 굿즈들을 많이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불의 호흡' 등 귀살대원 특유의 호흡법과 전투 액션을 큰 스크린에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4DX 등 특별관 상영도 인기를 끌었다.

CGV에 따르면 '무한성편' 4DX는 글로벌 박스오피스 2천930만 달러를 돌파하며, 올해 전 세계 4DX 최고 흥행작에 올랐다.

CGV 관계자는 "격렬한 액션뿐 아니라 캐릭터별 사연에 따라 세밀하게 구현된 감정선이 4DX만의 오감 효과와 결합하며 관객 몰입도를 극대화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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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멸의 칼날: 무한성편' 이벤트 포스터 [애니맥스브로드캐스팅코리아 제]. 재판매 및 DB 금지

◇ 천만 넘은 애니메이션도 많았는데…한국 영화 흥행 부진도 한몫

'무한성편'이 애니메이션 영화 최초로 한 해 관객 수 1위를 차지한 것은 유의미한 기록이지만, 그 배경엔 한국 영화 부진도 한몫했다는 평가다.

'무한성편'은 국내에서 개봉한 일본 애니메이션 가운데는 '스즈메의 문단속'(2023)을 제치고 흥행 1위를 차지했지만, 누적 관객 563만8천이라는 숫자는 과거 천만 관객을 넘긴 애니메이션 작품들에 비하면 적은 수치다.

'겨울왕국 2'(2019·1천376만), '알라딘'(2019·1천280만), '아바타: 물의 길'(2022·1천82만), '겨울왕국'(2014·1천32만) 등은 모두 천만 관객을 넘겼지만, 대부분 그보다 더 흥행한 한국 영화에 밀려 1위를 차지하지는 못했다.

지난해엔 '파묘'(1천191만), 2023년엔 '서울의 봄'(1천184만), 2022년엔 '범죄도시 2'(1천269만2천여 명) 등 한국 영화가 1위를 차지했다. 또 '겨울왕국 2'와 '알라딘'이 모두 천만을 넘긴 2019년에도 '극한직업'이 1천396만 관객으로 전체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윤성은 영화평론가는 "('무한성편'의 성적은) 국내 영화 부진의 영향이 크다"면서 "이전에 개봉한 애니메이션 영화도 크게 히트한 경우가 있었지만, 한국 영화들이 더 많이 사랑받으며 1위를 지켰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올해는 한국 영화들이 블록버스터를 포함해 부진하다 보니 이런 현상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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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관 찾은 관객들 2025.2.19 [연합뉴스 자료사진]

o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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