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간 전 세계 금융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단연 인공지능(AI) 열풍이다. 특히 AI 인프라 구축의 핵심인 클라우드 컴퓨팅 분야에서 전통의 강자 오라클(Oracle)이 새로운 격전의 중심에 서면서, 시장의 과열과 재무적 위험을 가늠하는 '바로미터'로 부상하고 있다.

오라클은 AI 클라우드 시장에서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 거대 경쟁사들을 추격하기 위해 초강수를 두고 있다. 특히 오픈AI의 초대형 인프라 프로젝트인 '스타게이트'에 막대한 투자를 약속하는 등 수천억 달러 규모의 계약을 공격적으로 체결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대규모 투자가 주로 차입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오라클의 재무 구조는 이미 AI 투자 이전부터 부채 비율이 높은 편이었으며, 최근 수십억 달러 규모의 신용을 확보하고 대규모 채권을 발행하면서 재무적 부담이 급증했다. 이는 투자자들이 오라클의 AI 비전에 강하게 베팅하고 있음을 보여주지만, 한편으로는 AI 수익화가 늦어지거나 거품이 붕괴될 경우 감당하기 어려운 '빚투' 위험으로 작용할 수 있다.

- 복잡한 거래 구조와 '거품론'의 확산

오라클과 AI 스타트업 간의 복잡하게 얽힌 거래 구조 또한 시장의 의구심을 키우고 있다. 일부에서는 엔비디아, 오라클, 마이크로소프트, 오픈AI 등이 서로에게 투자하거나 계약을 주고받는 방식이 '순환 거래(circular deals)'처럼 보여, 실제 수익이 아닌 장부상의 숫자놀음일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오라클이 수년에 걸쳐 완공될 데이터센터에 막대한 돈을 쏟아붓고 있지만, AI 기술의 변화 속도가 워낙 빨라 몇 년 후 오라클의 클라우드 인프라가 시장의 수요를 충족시킬지, 혹은 과잉 공급이 될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위험이 존재한다. 이러한 재무적 위험과 시장의 불확실성은 오라클의 신용부도스와프(CDS) 스프레드 가격을 급등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는 투자자들이 오라클의 채무불이행 가능성을 이전보다 높게 보고 있다는 명확한 신호로, AI 거품이 꺼질 경우 오라클이 그 충격을 가장 먼저, 그리고 크게 받을 수 있는 핵심 바로미터로 떠올랐음을 시사한다.

결론적으로, 오라클의 공격적인 '빚투' 전략은 AI 혁명의 선두 주자가 되려는 야망을 보여주지만, 동시에 이 야망이 현실화되지 못했을 때 금융 시장에 미칠 파장을 경고하는 중요한 지표가 되고 있다.

김창권 大記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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