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음의 가려움을 긁어주는 소통의 기술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우리는 수없이 많은 만남과 대화를 경험한다. 직장에서, 가정에서, 사회에서 우리는 늘 누군가와 말을 주고받는다. 그런데 어떤 사람과의 대화는 유난히 편안하고, 어떤 사람의 말은 특별히 감동을 주며, 어떤 사람의 말은 짧아도 오래 마음에 남는다. 반면, 어떤 대화는 길어도 한 줄의 울림조차 남기지 못한다. 이 차이는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일까.
많은 사람들은 “무슨 말을 할 것인가”에 지나치게 집중한다. 준비된 말, 멋진 말, 지식이 드러나는 말에 힘을 준다. 하지만 정작 상대의 마음은 그 말을 어떻게 들을지 준비되지 않은 채 방황한다. 그래서 말은 공허한 공중에 떠다니고, 마음에는 흔적을 남기지 못한다.
지혜로운 삶은 그 반대편에 서 있다. 지혜로운 사람은 ‘무엇을 말할까’보다 ‘어떻게 말할까’를 고민한다. 그의 말은 상대의 마음을 향해 조용히 다가가고, 그 사람의 숨겨진 감정과 필요에 귀 기울인다. 그래서 한 문장, 한 마디, 그리고 때로는 짧은 끄덕임조차도 상대의 내면을 움직이게 한다.
사람의 마음은 늘 어떤 지점에서 가려움을 느낀다. 그 가려움은 인정받고 싶은 마음일 수도 있고, 위로받고 싶은 바람일 수도 있으며, 누군가 자신의 진심을 알아주길 바라는 작은 외침일 수도 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그 가려운 곳을 보지 못한다. 자신이 하고 싶은 말만 앞세우고, 자신의 논리만 펼치려 한다. 그렇게 되면 아무리 정확한 말, 훌륭한 말이라 해도 상대의 가려움을 대신 긁어줄 수 없다.
반대로 상대의 마음을 읽는 데 능숙한 사람은 말의 방향을 바꾼다. 그는 말의 초점을 ‘나’가 아니라 ‘상대’에게 둔다. 상대가 무엇을 듣고 싶어 하는지, 어떤 감정 속에 있는지, 지금 무엇이 불편하고 무엇이 필요할지를 헤아린다. 그리고 그 지점을 정확히 긁어준다. 그 순간 상대는 비로소 마음을 연다. 그리고 마음을 연 상대방에게 우리의 말은 그제야 영향력을 갖기 시작한다.
말은 기술이 아니라 배려이며, 존중이며, 사랑이다
아무 말이나 던지는 시대는 지나갔다. 관계의 깊이는 화려한 문장이 아니라 따뜻한 공감에서 자란다. 말을 잘한다는 것은 ‘입이 빠른 것’이 아니라 ‘마음이 깊은 것’이다. 우리는 인생의 많은 순간에서 누군가의 말 한마디로 힘을 얻고, 방향을 찾고, 때로는 다시 일어설 용기를 얻는다. 그리고 그 말을 건넨 사람은 대부분 말을 탁월하게 하는 사람이 아니라, 마음을 정확히 어루만져 준 사람이었다.
삶을 지혜롭게 살고 싶다면, 그래서 더 좋은 관계를 만들고 싶다면 이제는 질문 자체를 바꾸어야 한다. “무슨 말을 할까?”에서 “어떻게 말해 상대의 마음을 밝혀줄 수 있을까?”로.
이 질문을 던지는 순간, 우리의 말은 비로소 관계를 살리고, 사람을 세우며, 세상을 따뜻하게 만드는 힘을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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