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교안 고백록,《나는 죄인입니다》를 통해 본 말의 무게
“말이 씨가 된다.” 오래된 속담이지만, 이보다 인간의 운명을 정확히 꿰뚫은 말은 드물다. 말은 단순한 공기의 진동이 아니다. 그것은 생각의 결정체이며, 마음의 방향을 드러내는 행위다. 결국 그 말이 자신을 규정하고, 그 말이 현실이 된다.
최근 황교안 전 총리가 내란특검의 수사 끝에 구속되어 서울구치소에 인치되었다는 소식은 우리 사회에 깊은 울림을 던진다. 더욱 상징적인 것은, 그가 얼마 전 출간한 책의 제목이 《나는 죄인입니다》였다는 사실이다. 그의 말이, 그의 선언이, 마치 스스로를 향한 예언처럼 되어버린 셈이다. 바로 이것이 ‘구화지문(口禍之門)’, 입은 화의 문이라는 옛 경구가 다시 살아나는 이유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말을 한다. 때로는 분노에 휩싸여, 때로는 신념이라 믿으며 내뱉는다. 하지만 그 말이 어떤 파문을 일으킬지, 어떤 운명의 방향으로 자신을 이끌지 생각하지 않는다. 말은 칼보다 날카롭다. 칼은 한 사람의 몸을 해할 뿐이지만, 말은 한 사람의 인생을, 한 사회의 신뢰를 무너뜨릴 수 있다.
황 전 총리의 구속이 단순한 법적 사건으로만 비춰지지 않는 이유는, 그동안 그가 “정의”와 “진실”을 입으로 외쳐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의를 말한 자가 스스로 그 말의 무게를 견디지 못할 때, 그 언어는 결국 자기 자신을 심판한다.《나는 죄인입니다》라는 그 고백은 역설적으로 참회의 시작이자, 언어의 책임을 뒤늦게 자각한 인간의 울부짖음일지도 모른다.
이제 우리는 다시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나는 어떤 말을 입에 담고 있는가? 그 말이 내 내일의 운명이 된다면, 나는 지금 무엇을 심고 있는가?
말은 씨앗이다. 그 씨앗은 마음의 밭에 뿌려지고, 행동의 열매로 자라난다. 따뜻한 말은 희망을 낳고, 차가운 말은 상처를 낳는다. 그리고 진실을 가장한 허언은 결국 자신에게 되돌아와 심판의 칼날이 된다.
말은 곧 인격이다. 그 말이 나를 세우기도 하고, 나를 무너뜨리기도 한다. 황교안 전 총리의 사례는 우리 모두에게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당신의 말은 지금 어디를 향하고 있는가?”
조중동e뉴스 발행인겸 필자 김명수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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